타병원들 환자급증에 인력 부족, 서비스 질 우려…구급대원도 난처

임금협상 난항 등을 이유로 파업 41일째를 맞고 있는 을지대병원이 노조와 사측 간 갈등 봉합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파업 장기화가 전망되면서 지역에서는 의료대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에 따르면 노조 측은 지난 16일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 내 갑질 문화와 인권유린, 노동권·생활권 침해 근절을 촉구했다. 이들은 병원 측이 △국회의원 정치기부금 강제 납부 △출산·육아휴직 불허용 △평창올림픽 사전대회 강제 참가 종용 △각종 병원 행사 동원 등의 갑질 행태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즉각적인 해명과 함께 법적 대응에 나설 뜻을 전했다. 병원 측은 “국회의원 정치기부금 강제 납부는 사실무근”이라며 “파악하기조차 힘든 극히 일부·일회성 사례를 갑질문화라고 왜곡하는 ‘막가파식 병원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문제는 노조와 사측의 본말전도식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환자들의 피해만 고스란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을지대병원은 전체 11개 병동 중 3개 병동을 폐쇄하고 외래진료와 기타 병동 운영을 위해 대체 인력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정상적인 운영은 쉽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을지대병원을 제외한 지역 내 대형병원으로 응급실 환자가 밀려들면서 진료 대기시간 증가 등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충남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 선병원의 경우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10일부터 현재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소 3%~최대 10%까지 응급 환자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병원 의료진도 피로도를 호소하며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역의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파업이 길어지면서 응급은 물론 외래환자들까지 몰려들면서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폭로전에 불과한 현 상황으로 인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응급 환자를 이송해야 하는 구급대원들도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일선 소방서 관계자는 “심정지 환자를 제외하고는 을지대병원 응급실로 이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상황실의 병상정보를 확인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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