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선 대전시 보건복지여성국장
[투데이포럼]

1924년 유엔총회는 제1차 세계대전이 아동에게 미친 참상을 반성하는 의미로 아동권리선언을 채택했다. 이보다 1년 앞선 1923년, 우리나라에서는 소파 방정환 선생이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권리를 선언했다. 아동 권리에 대한 빠른 문제인식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신문의 사회면에서 아동학대 피해사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전시의 경우도 2010년 이후 아동학대 신고접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017년에는 9월 말 기준 아동학대 신고접수가 712건에 달하고 있다. 아동학대의 증가원인으로는 잇따른 언론보도로 높아진 시민들의 관심과 학대아동 발굴 체계 작동, 신고(아이지킴이콜 112)가 용이해진 점 등을 들 수 있지만 달라진 인식도 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다른 부모의 훈육 방식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한 명의 아이를 마을 전체가 키워내야 할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아동은 더 이상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돼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펴졌다. 아동학대는 단순히 아동에게 가하는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성적 폭력은 물론 방임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아동복지법은 방임을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행위’로 규정해 양육자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아동기는 개인의 인격 형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은 평생의 상처가 돼 따라 다닌다. 학대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연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동학대 근절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대전시는 아동학대예방을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아동학대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위기개입, 피해아동과 그 가족의 상담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피해아동 상담뿐 아니라 신고의무기관인 아동복지시설과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교육도 진행하여 학대 발생 초기부터 적극 대응하도록 하고 있다, 또 피해아동 발견시 일시 보호할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도 3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24시간 근무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위기아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적극 해결해 나가려는 것이다.

11월 19일은 국제인도기구인 WWSF(여성세계정상기금)에서 제정한 세계아동학대예방의 날로,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대전시는 아동학대예방 주간을 맞아 오는 11월 23일 시청 대강당에서 기념식을 개최하여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시민의 인식을 높이고 신고의무자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아동학대 가해자의 대부분은 부모로 조사되고 있다. 아동의 가장 안전한 버팀목이 되어야 할 부모가 역설적으로 아이를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는 것이다. 정신적·신체적으로 건강한 아동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가나 지방정부 차원의 제도마련과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지만, 우선 부모가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지역사회 또한 아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아동이 학대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꽃으로도 우리 아이를 때리지 말라고 했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행복뿐’이라고 말한 헤르만 헤세의 말을 상기하며 행복을 지켜줘야 할 우리의 의무를 저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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