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선택 대전시장과 이승훈 청주시장이 대법원의 판결로 시장 직을 상실했다.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 무려 3년 4개월여 만이다. 이들의 시장 직 박탈은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판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임기가 8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졌다는 점에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늑장판결에 따른 피해가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점이다. 당장 대전시와 청주시는 부시장이 권한대행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시장 권한대행이 아무리 소신껏 행정을 추진한다고 해도, 대형 사업의 경우 차기 시장의 의중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경우를 보더라도 민선 5기 도시철도 2호선을 지상 고가(高架) 방식으로 추진하다 민선 6기 들어 트램방식으로 바꾸면서 설계, 용역, 추진방식 등이 모두 뒤틀리고 그에 따른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세월만 허송한 꼴이 됐다. 청주시도 2014년 청원군과 통합한 이래 KTX오송역의 명칭 변경, 통합 시청사 신축 등 각종 현안사업 추진에 암초를 만나게 됐다.

이미 6분의 5에 해당하는 임기가 훌쩍 지나가면서 새로운 시장이 입성하면 그동안 추진했던 각종 정책이나 현안사업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거나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간 낭비는 물론, 그동안 투입했던 각종 예산을 허공에 날려 보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조사를 받고 소송에 정력을 소진하면서 시정활동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검찰기소 이후 1심에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법정을 들락거리기 바빴던 시장이 시민을 위해 행정에 올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정부는 당초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2·3심을 6개월 이내에 마무리하는 선거사범 신속재판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소송기일이 길어지면서 시정활동과 소송활동을 병행하는 기막힌 상황이 한없이 되풀이 됐다. 때문에 공직선거법이든 정치자금법이든 한 번 위반하면 6개월 이내에 하차할 수 있도록 신속한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후진적인 정치행태가 고쳐지지 않는 한, 정치는 늘 국민에게 아무런 희망을 주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