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청년유니브연극제 중국연수 동행취재기]
상해 Ke센터, 한국 대학로공연 재해석 무대 선봬
60억 들인 송성가무쇼, 누적관객수만 7천만명
가변무대 돌출·레이저 이용한 영상미 압도적
수상공연 ‘인상 서호’ 수백명 참여한 군무 환상
年 관광수입 100억 이상… 지역 효자상품으로
콘텐츠로 뜬 ‘우전’… “우리도 지역문화 살려야”

▲ 세계 3대쇼로 불리는 송성가무쇼 모습. 홍서윤 기자
중국의 문화예술은 강대국의 위상이 무색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엿본 중국은 수천년의 역사적, 자연환경적 자원을 토대로 가파른 문화예술 성장세를 달리고 있었다. 또한 그 안에서 다시금 중국과 우리나라와의 연결고리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대전민예총이 주관한 대전청년유니브연극제 중국 연수 프로그램에 동행해 지난 10~13일 중국 문화의 중심지인 상해, 항저우, 우전을 둘러봤다.

▲ 항주 서호의 '인상서호' 공연은 호수를 무대로 공연이 펼쳐진다. 홍서윤 기자
◆다시 기지개 켜는 중국 속 한류


연수단이 첫날 들른 중국 상해 금휘가당대예출중심(錦輝可當代藝朮中心), 일명 Ke Center에서는 배우들이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복합아트센터인 이 곳은 연극뿐 아니라 미술관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는 공간들이 붙어있어 일종의 문화예술 교류 중심지로 불렸다.

이날 배우들이 연습한 작품의 제목은 영어로 Waiting for you in europe. 꿈과 사랑을 찾아온 세 남자의 유럽여행기로서 한국 대학로에 올랐던 ‘유럽블로그’라는 작품이 원작이었다. 한국에서 저작권을 사들인 후 중국만의 음악경극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새롭게 올리는 것이다. 배우와 제작진은 모두 같은 상해음악원 출신. 상해음악원 교사인 마량 감독은 “중국에서는 여행과 관련한 주제를 담은 작품이 소극장에 별로 없다”며 “한국에서 우연히 작품을 보게 된후 마음에 들어 판권을 사오게 됐고 기본적인 것을 유지하되 중국적 색을 입혀 세부적으로는 조금 바뀐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마량 감독에 따르면 총 10회 공연을 하는데 공연시작 전 이미 6회분의 표가 다 팔렸을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고 한다.

사드(THAAD) 배치로 인해 공연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까. 경색된 한중관계 속에 한국 관련 공연은 줄줄이 취소된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현지에서는 한국작품을 올리는 것에 어떠한 부담감도 느낄 수 없었다.

마량 감독은 “(사드문제 관련)부담되지 않는다”며 “그것은 정치이고 이것은 예술문화다. 좋은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우리대로 발전하면 된다”고 했다.

배우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도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했다. 배우 왕주원 씨는 “중국은 예술가에 대한 정부 지원이 잘 되는 편”이라며 “돈보다는 여느 배우들처럼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현재 이 작품은 16일부터 공연돼 오는 26일까지 중국 현지 무대에 오른다. 이날 연습을 참관한 목원대 TV영화학부 연기전공 김유경 학생은 “언어가 달라도 배우들의 연기가 명확해 극의 흐름을 큰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또한 배우들이 가진 고민이 세계 각국 어디나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연기 하는데 많은 교훈을 얻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중국 상해 Ke 센터에서는 한국 대학로에서 공연된 작품 '유럽블로그'를 재해석해 무대에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문 옆에 해당 작품 포스터가 걸려 있다. 홍서윤 기자
◆상상을 뛰어넘는 대륙의 예술


상상만으로 그려내기에 중국의 예술은 크고 넓었다.

중국 항저우에는 가장 크고 유명한 문화 테마파크인 송성(宋城)이 있었다. 송성에는 송나라의 민속촌이라 부를만한 테마파크를 조성해 다양한 체험거리를 연출했으며 메인극장에서는 송성가무쇼가 공연된다. 송성가무쇼는 항저우 역사 전고 및 신화전설을 기초로 한 것으로 미국 라스베가스쇼, 프랑스 물랑루즈쇼와 함께 세계 3대쇼로 불린다. 제작비 60억원에 등장인원만 450명여인 대작으로 지금까지 본 관객만 총 7000만명이다. 극장 하나로 시작했다가 이제 4000석 극장 두곳으로 늘어났으며 하루 평균 6회 공연이 관객으로 꽉 들어찬다고 한다.

공연은 세계3대쇼라는 이름값이 무색하지 않았다. 무대나 출연진은 관객 속으로 들어왔다. 공연 중간 말이 지나가거나 좌석이 좌우로 갈라지며 가변무대가 돌출되고, 관객석에 비가 내리거나 대형 우산이 펼쳐지는 등 구성이 입체적이었다. 특히 레이저 불빛을 이용해 객석이 모두 무덤에 갇히는 듯한 영상미는 가히 압도적이라 불릴 만 했다. 한국 관광객을 의식한 듯 아리랑에 맞춰 장고춤, 상모돌리기, 부채춤이 나오기도 했다.

공연을 관람한 대덕대 연극영상과 송민교 학생은 “그동안 중국예술은 모방하는 정도에 그치는 낮은 수준으로 생각했었다. 중국 예술을 다시 보게 됐다”고 평가했다.

송성가무쇼가 무대 안에서 이뤄졌다면 항주 서호의 ‘인상 서호(印象西湖)’ 공연은 자연이 무대 자체였다. 지구촌 최대의 수상공연으로 잘 알려진 인상서호는 이름처럼 호수를 무대로 실제와 환상이 섞여있는 느낌을 관람객들에 선사했다. 인상서호는 호수 아래 트레일을 만들어 출연자들이 물 위를 걷는 장면이 연출된다. 모든 무대장치는 호수 아래 숨겨져 낮에는 호수의 경관을 해치지 않으며 공연을 하는 밤에만 올라온다. 또한 서호의 물과 병풍처럼 둘러싼 나무와 산, 그리고 형형색색 변하는 조명과 수백명의 출연진들이 만들어내는 군무가 공연을 극대화했다.

대전대 방송공연예술학과 김윤아 학생은 “사람들이 물 위를 걸어다니는 자체가 신선한 충격이었고 신비로웠다”며 “천혜의 자연환경과 인공적인 무대장치가 어우려져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상서호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예모(張藝謨)가 연출한 인상 시리즈 중 하나라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대덕대 이종훈 연극영상과 교수는 “장예모는 대단한 창작가이자 연출가”라며 “영화나 공연이냐 같은 세부 장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창작자로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굉장한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접근하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공연은 출연진만 총 400여명인데 주로 지역주민들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 공연한다고 한다. 일년 관광수입만 1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지역에 효자상품이 됐다.

이인복 아신아트컴퍼니 대표는 “우리도 지역에서 지역자원을 가지고, 지역 사람들이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 배우들이 첫 공연을 앞두고 연수단에 연습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 배우가 보여주는 작품은 한국 대학로에 올랐던 '유럽블로그'가 원작이다. 홍서윤 기자
◆무대에서 객석으로 ‘백문이 불여일견’


이번 대전청년유니브 연극제 중국 연수프로그램에는 대전에서 연극이나 뮤지컬 등을 전공하는 학생, 교수, 프로듀서가 함께 참여했다. 지역 연극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고 공연예술 분야 차세대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자는 게 연수의 목적이었다. 귀로 듣는 것은 눈으로 직접 보느니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궁극적으로 참가 학생들에 더 넓고 멀리 보는 시야를 만들어주는 기회가 됐다.

연수에 참가한 대덕대 연극영상과 전혜린 학생은 “한국에서는 이렇게 많은 배우가 무대에 올라가는 것을 생각지 못했다”며 “특별한 스토리도 없었는데 눈이 즐겁고 보면서 내가 스토리를 만들게 됐다. 그동안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 학교에서 무대를 올리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정연화 건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학생도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뚜렷한 주제와 목표가 있어 좋았다”며 “특히 우전은 버려진 마을을 새로운 콘텐츠로 개발해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문화를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반성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 예술인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이같은 노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칠 대전민예총 상임이사는 “좋은 예술인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런 기회가 한해 두해 쌓여 지역사회 젊고 훌륭한 일꾼들이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대표는 “사실 지역에서 예술가로, 배우로, 연출자로 사는 게 그렇게 꽃길만은 아니다”며 “본인 스스로가 즐겁고 행복해야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줄 수 있다. 작은 기회들이지만 길을 걸어가는데 힘이 됐으면 하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 많이 만들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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