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진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시선]

2015년 충북 1기 행복씨앗학교로 지정돼 올해로 3년차를 맞고 있는 옥천여자중학교를 떠나 충북도교육청에서 행복씨앗학교 업무를 맡게 된지도 벌써 9개월이 됐다. 행복씨앗학교 운영 경험을 살려,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행복씨앗학교 교사들에게 힘이 되고자 노력하면서 정신없이 달려왔다. 행복씨앗학교라는 단어는 필자에게 항상 가슴을 뛰게 하는 말이었는데, 요즘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특히, 행복씨앗학교 준비교와 관련해 ‘예산낭비’, ‘먹튀’ 등 걸러지지 않은 비판들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충북도교육청은 해마다 10교의 행복씨앗학교를 지정하고 있다. 충북의 470여 개 학교 중에서 연차적으로 10교씩 늘려가는 정책은 서두르지 않고 내실 있게 행복씨앗학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적절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지정된 10교 외에도 많은 학교들이 학교혁신에 대한 열의를 갖고 있었기에 4년간 지정되는 행복씨앗학교와 더불어 1년간 지정되는 ‘준비교’ 운영을 통해 충북교육계에 학교혁신문화의 저변을 확대해왔다.

행복씨앗학교와는 달리 준비교는 20교 내외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든 준비교가 행복씨앗학교로 가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준비교는 1년의 운영 기간을 거치며 학생중심의 새로운 학교문화를 만들어 간다. 이 중에서 해당 학교 교육공동체가 좀 더 용기를 내어 파일럿스쿨인 행복씨앗학교 공모에 도전하고, 준비교를 1년 더 운영하거나, 준비교 운영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학교로써 학교혁신을 위한 노력하기도 한다.

준비교 운영의 첫 번째 목표는 '행복씨앗학교 선정'이 아니라 '학교문화혁신'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첫 번째 목표인 것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한국교육의 문제점 중 하나가 모두 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목표지상주의와 지나친 성과주의가 아닐까? 그런 것들을 극복하고 학교를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시행착오를 기다려 주는 교육적 공간으로 바꾸자는 것이 혁신학교(행복씨앗학교) 정책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행복씨앗학교 준비교 평가에서조차 행복씨앗학교로 선정되지 못하면 '실패한 학교'이고, '예산만 먹고 튄 학교'로 표현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준비교 예산과 관련된 부분에서도 '닭 모이통', '할로윈 축제', '접이식 의자' 등이 행복씨앗학교 철학에 맞지 않는 예산 집행으로 거론되고 있다. 학교에 '닭 사육장을 만들어 책에서만 보던 달걀이 부화하고 암탉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할로윈 축제를 통해 영미문화를 체험하면서 영어를 지루하고 어려운 교과목이 아닌 배우고 싶은 흥미로운 언어로써 다시 만나는 것', '모둠수업을 관찰하면서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책상 옆에 쪼그리고 앉느라 무릎이 아파하는 선생님들에게 필요한 휴대용 접이식 의자를 구입하는 것', 이런 예산이야말로 행복씨앗학교 철학에 맞게 집행된 예산이라고 생각한다.

지식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길을 모색하는 일은 미래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가장 힘을 모아야 할 일이다. 이런 일들을 앞장서 헤쳐 나가고 있는 행복씨앗학교와 준비교 학생·학부모·교사들이 스쳐 지나가는 가을바람에 흔들림 없이 '행복학교의 꿈'을 향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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