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렘의 한 장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애니메이션 화면이다[LG아트센터 제공]
▲ 골렘의 한 장면.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애니메이션 화면이다[LG아트센터 제공]
▲ 골렘의 한 장면[LG아트센터 제공]
▲ 골렘의 한 장면[LG아트센터 제공]
▲ 골렘의 한 장면[LG아트센터 제공]
▲ 골렘의 한 장면[LG아트센터 제공]
연극이야 영화야…애니메이션+연극으로 기존문법 파괴한 '골렘'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6일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영국 극단 1927의 연극 '골렘'은 기존의 익숙한 연극의 문법을 뛰어넘는 작품이다.

무대 장치는 오직 스크린뿐. 스크린에 투영되는 애니메이션이 무대 장치를 대신한다. 배우들은 거의 움직임 없이 스크린 속 화면에 맞춰 정교하게 연기한다. 걷는 장면에서도 배우들은 실제 이동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한다. 대신 스크린 속 화면이 움직이면서 걷는 듯한 효과를 낸다. 작품의 주요한 캐릭터 중 하나인 골렘은 실제 점토로 인형을 만들어 움직임을 촬영하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제작됐다. 배우들은 실물의 골렘이 아닌 화면 속 골렘과 대화하고 연기한다.

이전에도 연극에서 영상을 쓰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부차적으로 쓰였던 것과는 달리 '골렘'에서는 애니메이션 영상이 주가 된다. 애니메이터 한 명이 손으로 일일이 작업했다는 '핸드메이드' 애니메이션은 90여분간 빠르게, 현란하게 장면을 전환하며 물리적인 무대 장치가 갖는 한계를 뛰어넘는다.

때로는 배우의 등장 없이 애니메이션 영상만으로도 극의 내용을 설명하기도 한다. 대신 제한된 장치에서 상상력으로 완성되는 무대 예술의 매력은 사라졌다. 연극을 봤다기보다는 마치 애니메이션 속에서 사람만 실사로 찍은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다.

극의 내용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한 번도 연애해본 적이 없는 '모태 솔로'인 로버트는 생긴 것도 별로에, 인기도 없다. 온종일 무언가를 백업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소심남 로버트에게 어느 날 점토 인형 '골렘'이 생긴다.

로버트의 명령에 복종하는 '골렘'은 일도 대신해주고 멋지게 차려입는 법도 알려준다. 골렘 덕분에 로버트는 회사에서 수퍼바이저로 승진하고 회사 동료와 데이트도 하게 된다.

골렘은 스스로 '업데이트'를 해 발전하며 더 작은 크기에 더 효율적으로 변신하고 로버트는 별생각 없이 골렘이 조언하는 대로 따른다. 골렘은 주인의 명령에 복종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점점 주인을 지배해간다.


'골렘'이 은유하는 것은 스마트폰 같은 현대의 디지털기술들이다. 로버트와 골렘이 함께 걷는 장면에서 처음에는 로버트의 뒤를 골렘이 따라가지만 나중에는 골렘이 로버트 앞에서 걷게 되는 모습이 기술에 종속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골렘은 '깨어있는 동안 어떻게 사용할지는 네 맘', '통제권은 너에게 있어'라고 끊임없이 말하지만 동시에 '흐름에 발맞추지 않으면 뒤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대사도 반복한다. 첨단 기술의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비판하며 기술에 조종당하지 말고 주인이 될 것을 이야기하는 대사다.

1927의 애니메이터이자 예술감독인 폴 배릿은 "기술의 존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기술을 생산, 소비, 통제하는 방식이 문제"라면서 "'골렘'은 기술을 올바른 방식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새로운 담론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19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4만∼8만원. ☎ 02-2005-0114.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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