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투병 유병완 사진작가
백혈병·소아암 어린이 돕기 앞장
대전중구문화원서 22일까지 사진전
수익금 충남대병원 환우들에 기탁
“세상 향해 희망의 종이배 띄우고파”

▲ 유병완 사진작가는 16일 "아픈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사진’이었다.

만약 이 사진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 힘이 된다면. 그렇게 그의 꿈은 피어났다.

유병완(55) 사진작가는 전국 도시를 순회하며 백혈병·소아암 어린이를 후원하는 사진전을 개최 중이다. 대구와 광주, 전주에 이어 16일 희망의 꽃씨를 뿌릴 네번째 도시로 대전을 찾았다. 그의 사진전은 이날부터 22일까지 대전중구문화원에서 열리며 모아진 수익금은 모두 충남대병원 암센터 어린 환우들에 전달된다.

“옛날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마와 싸우던 아이들 모습에 가슴 아팠죠. 치료비가 없어서 엄마 곁을 떠나는 아이들도 있어요. 그때 단 일주일이라도, 한달이라도 엄마 곁에서 더 살아가게 해주고 싶다 생각했죠. 아직까지 꽃망울을 제대로 터뜨려보지도 못했잖아요. 이 아이들을 돕는 것은 과연 누가 해야할 일인가. 바로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자 의무가 아닌가 생각했죠. 아이들 치료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사진전을 열게 됐어요.”

사실은 그도 건강이 좋지 않다.

진통제 없이는 못 견딘다 알려진 파킨슨병을 앓은지 어느새 10년이 됐다.

“파킨슨병이라는 게 처음에는 나를 괴롭히고 죽이려 온 것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혹시 이런 전시를 열어 아픈 애들을 도우라고 나에게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누군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기도해준다는 것을 알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살겠다는 희망을 가지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면 파킨슨병이라는 것은 나한테 고마운 놈이죠. 꿈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쉽게 죽지도 못해요.”

사진은 그와 아픈 아이들을 잇는 매개체가 됐다. 그가 렌즈에 주로 담는 하트, 종이배, 나비 등은 모두 꿈과 희망이라는 의미들 담고 있다.

“처음 파킨슨병을 알고는 방황을 많이 했어요. 삶의 의미를 고민하다 우연찮게 사진이라는 것을 알게 됐죠. 사진은 내게 치유의 수단이에요. 행복하고 즐겁지 않으면 어떤 일도 못하잖아요. 사진을 찍으면서 내 삶의 의미와 목표를 찾게 됐고 이 행복을 다른 누군가에도 전해주고 싶다 생각했죠.”

그는 아직 우리 사회가 따뜻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상을 향해 희망의 종이배를 띄우고 싶어요. 내 주위에 나보다 조금 덜 가지고 조금 더 불편한 사람들을 우리가 사랑으로 대할 수 있다면 이 사회는 아직 나쁜 사회만은 아니죠. 많은 아이들에게 푸른 들판을 만들어주고 또 그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습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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