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1. 끝내 펼치지 못한 재롱잔치 - 2편
작은 충격에도 피나고 멍들고 
아빠는 치료비 버느라 지방에
엄마는 병원갈 짐싸놓고 대비 
터널속에 갇힌 꿈많은 동환이 

터널은 멀고도 길다. 끝이 어디일지도 쉽사리 가늠되지 않는다. 두 번째 암투병을 이어가고 있는 9살 동환이(가명)네 가족은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동환이는 5살 때 신경모세포종 진단을 받은 후 수십차례의 항암, 방사선치료, 두차례의 자기이식술을 거쳐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2년 후. 종양은 되살아나 행복을 꿈꾸던 가족을 덮쳤다.

아이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 몸에서 지혈 작용을 하는 혈소판이 계속해서 줄어들어 가벼운 접촉이나 충격에도 쉽게 피가 나고 멍이 든다. 지난주에는 아이가 가렵다고해 면봉으로 살짝 피부를 긁었는데 피가 멈추지 않아 응급실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처럼 다급할 때 아버지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동환이의 아버지는 아이 치료비를 버느라 일이 있는 곳이면 지방 이곳저곳을 가리지 않고 뛰어다닌다. 뒤늦게 아이가 다친 것을 전화로 알게된 아버지는 또 남들에 말도 하지 못하고 혼자 가슴을 부여잡았다고 한다.

▲ 어머니 경순 씨가 동환이에게 약을 건네고 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가족에게 아이가 아프고 갑작스레 병원을 오가는 일은 이미 익숙한 일이 됐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어머니는 늘 병원에 갈 짐을 싸놓고 있다. 어머니 경순(41) 씨는 “늘 긴장을 안고 산다”며 “아이 컨디션이 들쑥날쑥 한다. 수시로 열이 있나 확인해야 하고 조금만 열이 올라간다고 하면 초긴장 상태다. 어느새 아이가 자는 중간 중간이나 일어나자마자 아이 얼굴빛이나 컨디션을 살펴보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는 하고 싶은 것도, 꿈 꾸는 것도 많다. 또래보다 머리가 하나 더 있을 정도로 키도 크고 튼실했던 아이다. 친구들처럼 태권도도 배우고 싶어 하고 햇볕이 좋을 때면 자전거를 타러 나가자고도 한다. 부모는 아이에게 편히 하라고 해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권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장난감이나 컴퓨터 게임 정도다.

동환이는 투병생활을 하느라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고 그래서 함께 놀 친구도 없다. 동환이 집은 아이가 아프지 않았다면 다녔을 초등학교와 걸어서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 부모는 동환이 또래 아이들이 가방 메고 지나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속으로 울음을 삼킨다. 경순 씨는 “아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도 다 들어주고 싶은데 저녁이 되면 몸이 아프다고 하니 모두 말릴 수밖에 없다”며 “언제 끝날지 모를 이 긴 터널을 가야한다는 게 너무 힘들다. 바란다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고 지금 이 모습 그대로라도 우리곁에 늘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24일자 1면에 3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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