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문화카페]

▲ 광화문 관청가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안목, 비판수준은 날로 높아 가는데 후진적인 정치권의 행태는 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식을 줄 모르고 이제는 정치학자로부터 촌로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관점과 기준으로 정치평과 해설을 할 만큼 수준도 높아졌다. 선거와 청문회 같은 정치이벤트는 물론 어떤 자리에 어느 인사가 기용되었다는 인사에 쏠리는 관심은 지대하다. 말하자면 '의자'를 차지하는 사람에 대한 식을 줄 모르는 호기심이 그러한데 특히 언론매체에 실리는 프로필이 중요 관심거리다. 나이와 출신지, 학력은 물론 거쳐 온 직책이 소상히 소개되면서 이 경우 고등학교 이름까지 명시하는 사례는 아마도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닐까 싶다.

서울지역의 경우 1958년생, 그러니까 1977년 대학에 입학한 학년들부터 고교 무시험 입학이 시행되어 내년이면 환갑을 맞는 인사들 이후로는 출신고교는 무의미해진다. 추첨으로 배정된 고등학교를 굳이 명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소재 고등학교나 특수목적고 등에서는 개별 전형을 실시한다지만 비율에 있어 미미하지 않을까. 물론 고졸인사의 경우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출신지도 그렇다. 특히 이즈음 지역안배라는 명분으로 고향이 어느 지역인지를 따지는 소모적인 세태도 바뀔 때가 된 듯싶다.

출생지, 본적 등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부모세대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결과를 본인이 평생 달고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 어느 지역 출신이라는 그릇된 선입관과 편견을 버리고 온전히 능력과 청렴도 등으로 인물을 판단하는 성숙한 척도를 세울 때에 이르렀다. 본인의 자유의지와 선택과는 무관하게 운명처럼 따라 다니는 출신지역이며 추첨으로 들어간 고등학교 등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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