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지진으로 1주일 연기되면서 수험생들이 '패닉'에 빠졌다. 수능이 치러지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연기된 건 1993년 수능 도입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수능일정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해온 수험생들은 허탈·당혹해 하면서 다시 교과서를 집어 들었다. 교육당국과 학부모들은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수능연기에 따른 체감도는 학생들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능이 학생들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갖는다. 수능연기가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이유다. '희망고문'을 당하는 느낌이라는 일부 수험생들의 토로를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긴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수험시험 당일까지 학습 리듬을 유지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부가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등 대학입시 일정을 일제히 1주일 연기한 건 잘한 결정이다. 수능 직후인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대학별 논술고사가 1주일 뒤로 미뤄졌다. 다음달 30일 원서접수 예정인 정시모집 일정도 1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추후 일정 변경으로 수험생들이 혼선을 겪는 사태는 없어야겠다. 수험생들은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세심히 신경 써야한다.

수능 문제지와 답안지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문제지를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능 문제지는 대전, 세종, 충남·북 등 전국 85개 시험 지구에 이미 옮겨졌다. 수능 당일 새벽에 고사장별로 풀릴 예정이었으나 봉인 된 상태다. 수능이 연기된 마당에 문제지 유출과 같은 또 다른 변수가 생기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다. 이중삼중의 철통보안으로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

학교시설의 안전 확보도 시급하다. 돌이켜보건대 학교가 안전하면 수능을 연기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 학교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곳은 전체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국 2만9558개 학교시설 중 6829개 시설만 내진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공공 건축물(36.2%), 도로 시설물(58.4%) 등의 내진성능 확보율보다 훨씬 떨어진다. 우리 아이들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돼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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