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선택 대전시장이 임기 7개월을 남겨놓고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내년 6·13 지방선거에서 차기 시장 선거구도 변화와 더불어 조기과열 조짐이 서서히 감지되고 있다. 시장의 현직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무주공산 상태인터라 이를 선점하기 위한 후보군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점쳐지고 있다. 대전의 경우 지리적으로 국토 중심인데다 충청 정치역학 및 충청민심의 상징성을 띠는 지역이어서 각 정당마다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벌써부터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오르는 인사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해 전 시장·구청장 등 10여명에 이른다. 전국 광역단체장으로는 가장 먼저 표밭 다지기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내년 지방선거에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도 동시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그만큼 선거판이 커지고 보다 역동적으로 흐를 공산이 크다. 개헌 국민투표와도 맞물려 있는 만큼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및 지방분권 등 대형 정치이슈로 인한 지역민심의 파급력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게 돼 있는 선거구도다. 지지부진한 대전 지역 현안 또한 마찬가지다.

민선 6기인 2014년 6·4지방선거의 경우 대전·세종·충남·충북 4개 광역단체장을 당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석권했다. 당시 야당이 중원의 시도지사를 모조리 장악했다는 건 주목할 만한 정치적인 사건이었다. 더구나 충청지역정당이 사라진 가운데 드러난 표심의 변화였다. 1995년 자민련이 충청권 광역단체장 3석 모두와 강원지사까지 싹쓸이 한 이래 두 번째다. 새누리당의 무능함에서 비롯된 반사적인 이득을 제1야당이 차지한 것이었지만 다각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충청지역은 다른 지역의 보수 성향과는 사뭇 다르다. 지역주의적인 색채가 약하다. '합리적 보수' 내지는 중도의 성격이 강하다. '보수적인 야성(野性)’으로 부를 수도 있는 것은 바로 그런 연유에서다. 충청권이 역대 전국단위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절묘한 민심의 구도를 곧잘 만들어낸다. 명분 있는 대형이슈에 특히 민감하다.

지방선거 조기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미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뽑았던 대전시장이 중도에 물러나는 모습을 보는 대전시민의 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 갖가지 불·탈법 선거가 발붙일 수 없도록 공명선거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하겠다. 유력후보에 줄대기 하는 공직자의 행태도 근절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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