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낱말속 사연]

골백번. 여러 번을 강조하거나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골백번 설명해도 딴전을 피우면 뭔 소용이 있겠는가", "흡연은 건강에 해롭다며 금연 권고를 골백번은 더 했을 것이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나섰으니 골백번 죽어도 여한이 없다", '골백번'의 '백번(百番)'은 단어 그대로 '백 번'의 횟수를 말한다. 그렇다면 '골'은 무슨 의미인가.

'골'은 횟수 '만(萬)'을 나타내는 우리 옛 토박이말이다. '골백번'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백 번을 만 번이나 되풀이하다'는 뜻이다. 100에 1만번을 곱하면 되니 1백만번이 된다. 따라서 '골백번'은 '백만 번을 되풀이한 구술(口述)'이 된다. 하지만 백만번이라기보다 여러 번의 행위 등을 과장 비약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그러니까 한 가지 일이나 행동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 없이 반복한다는 의미다.

골백번은 아주 많은 횟수의 반복을 뜻하지만 앞의 예문에서 보듯 긍정보다 부정적으로 많이 쓰인다. 한두 번이 아닌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 없이 자주 말했지만 화자(話者)의 말을 상대방이 무시하거니 지적사항을 고치지 않을 때 다소 냉소적으로 또는 자신의 의지를 강력한 행동(또는 주입)으로 표현할 때 '골백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골백번 언급해도 아랑곳하지 않는 인간들이 참으로 많다. 대표적 인간들이 정치인이 아닐까. 그들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골백번 말했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 않다. 이전투구(泥田鬪狗)가 그들 정치행위의 절반을 넘는다. 그것도 모자라 골백번 사리사욕에 눈 멀기도 한다. 국민들은 그들의 안전(眼前)에 없고 그들의 이해 관심과 당리당략에 골백번 목숨을 건다. 정치 신념이 부족하니 이합집산(離合集散)을 밥 먹듯 골백번 한다. 언제 우리는 바로 선 정치를 경험할 수 있을까. 아마도 골백번 기대하지만 골백번 실망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