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사무소 일자리 구하기 막막 “한달에 서너건 받아도 감지덕지”
10년 넘게 장사하던 시장 옷가게 폐업결정… “세일해도 정리 안 돼”
택시·대리운전업계 연쇄적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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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오늘도 데마찌(일감을 구하지 못한 날을 뜻하는 은어)네, 데마찌야”

10일 대전 서구의 한 인력사무소 앞에는 이른 아침이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개를 숙인 채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한지 올해로 4년째인 정모(55) 씨는 “지난달 내내 이곳을 찾았지만 현장으로 출근한 경우는 10여일 뿐”이라며 “한 달에 서너 건이라도 일감을 받으면 감지덕지하는 게 요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바닥 경기의 체감지표인 인력시장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날 인력사무소를 찾은 구직자 20여명 중 오전 8시까지 일감을 구한 구직자는 단 2명뿐이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로 인력사무소로 떨어지는 구직연결도 뜸해지면서 구직자로 북적이는 아침은 옛 풍경이 됐다”며 “일거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다들 아는데 허탕칠게 뻔 한 인력사무소를 누가 찾겠냐”고 반문했다.

경기 침체로 누적되는 적자에 폐업하는 상점을 지켜봐야 하는 중소상인들의 한숨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점심시간 대기 순번표를 돌려가며 손님을 받았던 한 식당도 예년 같지 않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49·여) 씨는 “내수 경기가 살아난다는 뉴스를 아무리 접해도 손님들로 북적이던 점심시간은 온데간데 없다”며 “매출이 눈에 띄게 줄면서 인건비가 부담돼 종업원을 줄이고 몇 달 전부터 셀프 서비스를 시행하며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중구의 한 시장골목에서 의류 장사를 하는 최모(43) 씨는 한 달 전부터 ‘점포정리’ 현수막을 내걸고 올해를 끝으로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최 씨는 “10년 넘도록 이곳에서 옷 장사를 해오다 결국 폐업을 결정하고 파격 세일까지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정리가 안 돼 답답하기만 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얼어붙은 체감경기로 택시나 대리운전업계도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회식이나 저녁 술자리 후 택시나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지만 불경기 때문인지 예전같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날 저녁 서구의 한 번화가 앞에서 승객을 기다리던 택시기사 이모(57) 씨는 “자정이 다돼가도 승객을 기다리는 빈 택시가 줄을 지어 서있다”며 “그나마 금요일 밤에만 반짝하는 수준일 뿐이라 승객을 기다리는 기사들끼리 갈수록 힘들다는 푸념만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 임모(44) 씨는 “대리운전 기사의 일감이 급감했다는 것은 각종 모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자가용을 끌고 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계 소득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라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끝 모를 바닥이다”고 호소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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