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업박람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지만 생색내기 행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국적으로 한 해 동안 500개 안팎의 취업박람회가 개최되지만 속빈강정이란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민간참여는 뒷전인 채 대부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강권에 떠밀려 마지못해 취업박람회에 참여하는 전시행정에 기인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취업박람회가 청년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6·25전쟁이 끝난 후인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이른바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인생 2막에 대한 정부정책은 서툴기 그지없다. 1970~1980년대 고도 경제성장과 1997년 외환위기,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700만 명의 은퇴자들이 오갈 데가 없어 방황하는 이유다. 말은 100세 시대라고 떠들지만, 남은 40~50여 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불안감과 스트레스만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문제는 취업박람회가 특정 분야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사무직이나 서비스업종을 구하러 갔는데, 일거리는 청소나 용역 등 단순 노무직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헛걸음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취업박람회 개최 횟수 등을 채우려는 정부나 지자체의 보여주기 식 행정에서 비롯된 웃지못할 현상이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일자리공화국'을 자처한 만큼 대대적인 방책 마련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가적 당면 과제가 실적이나 포장 위주로 추진돼서는 곤란하다. 이제라도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취업박람회는 과감히 정비하고 업종·직종별 특성화 등 구직자와 기업 간 엇박자를 해소할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구인 기업과 구직자의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맞춤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중·장년층의 취업문제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취업박람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 연령층으로 타깃을 확대하고,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서비스업 등 미래 일자리 분야로 업종을 넓혀야 한다.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는 당장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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