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특히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연예인들이 나와 별 의미 없는 주제나 일상사를 시시콜콜 잡담에 가까운 모양새로 내보냈던 과거 방송 스타일에 대한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TV의 경우 파업으로 인한 공백은 주로 다큐멘터리, 교양물 그리고 외국이나 국내 외주제작사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충당되다보니 음식점이나 셰프, 별미 소개 방송 즉 먹방, 쿡방의 비중이 다시 커졌다.
먹방의 역기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게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파업으로 인한 재방송으로 또다시 시청자들은 재탕, 삼탕 음식관련 방송을 보게 되었다. 몇 년 전 '트루맛 스토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매스컴의 식당소개의 허구성, 그 아래 깔린 비리와 눈속임을 고발했건만 여전히 이른바 맛집과 별미예찬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음식이 몸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삶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면 우리의 영혼, 감성을 풍요롭게 하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도모하는 정신의 자양분을 공급받을 경로와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다. 책과 여행, 사색과 명상, 토론 등이 그 대표적인 방법일 텐데 바삐 돌아가는 현대생활과 주변 자극요소들로 인하여 수월치 않다.
방송이 일정부분 그 역할을 담당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파업기간, 파행방송에 시청자가 보인 반응과 여론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제 정상화가 이루어지면 방송의 역할과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잘 활용하기 바란다. 새삼스럽지만 정론직필 교과서적인 본분은 말할 것도 없고 어지러운 사회, 각박한 민심을 정화하고 정신세계의 성숙을 위해서도 방송이 감당할 역할이 그만큼 크고 무겁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