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합 청주시의 초대 수장인 이승훈 청주시장이 대법원의 실형 확정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청주시가 충격에 빠졌다. 대법원은 어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선거자금 허위 회계신고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이 무효 된다. 이로써 이 시장은 통합 청주시 초대 시장이라는 영광과 첫 불명예 퇴진이라는 오명을 동시에 안게 됐다. 역대 청주시장 가운데 중도 낙마 사례는 이 시장이 처음이다.

이 시장은 임기 4년 중 3년 4개월을 근무했지만 취임 초기를 제외하고는 재직기간 내내 정치자금법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불구속 기소된 지 1년 10개월 만에 직을 상실했다. 이 시장의 중도퇴진과는 별개로 재직 중 업적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으로 탄생한 통합 청주시는 출범 직후부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시위·민원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 시장은 굳건한 행정력으로 통합 후유증을 조기에 봉합하는 리더십을 보여줬다.

통합 청주시의 토대를 닦고 대외위상을 강화했다는데 이의가 없을 것이다. 이 시장은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청주에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유치하는 개가를 올렸다. 하지만 이 시장이 수사를 받는 동안 공무원들의 비위·일탈 행위가 자주 발생해 시민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시장 공석이 공직기강 해이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해결해야 할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산적해 있다. 당장 오늘부터 열흘간 청주 옛 연초제조창 일원에서 젓가락페스티벌이 열린다. 시는 한중일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이 축제에 초청하는 등 젓가락 문화의 세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10월에는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이 개최된다. 축제 성공을 위해 국비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겠다.

이범석 부시장 권한대행 체제의 역할이 막중하다.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행정공백이 없도록 전 직원은 오로지 시민들만 바라보고 직에 임해주기 바란다. 어려울 때일수록 조직의 진가가 나타나는 법이다. 청주시 공무원과 시민들이 힘을 합쳐 시장 공석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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