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형 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데스크칼럼]


최근 벌어진 청주시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지면이 아까워 더 이상 글로 옮길 필요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이제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찍혔다. 이승훈 전 청주시장이 끝내 시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2부는 9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시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또 추징금 7460만원을 명령했다.

하필 ‘유네스코 국제기록유산센터’의 청주 유치라는 쾌거를 이룬 후 귀국하는 길에 대법원의 판결이 났다. 프랑스에서 출발할때는 현직 시장이었다가 도착하니 전 시장이 됐다. 기구하다. 이 전 시장의 업무에 대한 열정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청주·청원 통합 후 초대 시장이로써 혼란기에 나름 업적을 쌓기도 했다. 그렇다고 임기 내내 하루도 조용할 일 없었던 청주시정, 이 정도면 끝났겠지라는 생각을 무색케하며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진 청주시 공직자들의 비리 퍼레이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그간의 공과를 내년 지방선거에서 시민들의 표로 검증받지 못하게 된 것은 이 전 시장 본인에게도, 청주시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 전 시장의 불행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아마도 지역적 기반이 없었던 부분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군인인 아버지를 뒀던 이 전 시장은 지역에서 자라지 않았다. 정무부지사로 부임한 것이 실질적인 지역에서의 생활의 시작이었다.

화려한 스펙을 갖췄음에도 지역적 기반이 없었으니 이 사람, 저 사람의 도움을 가릴 처지가 못 됐다.

이 전 시장의 청주시장 후보 시절 선거캠프는 혼란의 도가니였다. 본부장이 넘쳐났고 각 본부장들의 목소리는 컸다. 어찌보면 당선이 기적이었다. 하지만 혼란스런 캠프는 끝내 이 전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이제 이 전 시장은 청주시청을 떠났다. 평소 이 전 시장은 ‘시장은 임시직’이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공무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뜻이었다. 그의 말대로 임시직 시장은 자리를 비웠다. 청주시청의 진짜 주인인 청주시 공무원들이 내년 6월까지 청주시정을 책임져야 한다.

손자병법 군쟁편에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구절이 나온다. 실패나 예기치 않은 고난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작금 청주시의 상황과 딱 맞는 말이다. 당분간 혼란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청주시 행정은 돌아가야 한다. 현안이 산적해 있다. 멈출 틈은 없다.

이제 청주시 공무원들이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제 내년 청주시장 선거는 무주공산의 상황에서 치러지게 됐다. 아마도 ‘정치적’인 공무원들은 각 캠프에 줄을 대려고 기웃거릴 것이다. 진짜 집주인이 임시직에게 환심을 사겠다며 꼬리를 흔드는 격이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말에 노이로제의 반응을 보이는 공무원들이라면, 스스로 영혼을 탑재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청주시청의 주인은 청주시 공무원이다. 주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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