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미8군 무대서 활약한 밴드 이야기…시대상 새롭게 조명

제5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기타 부기 셔플' 출간

1960년대 미8군 무대서 활약한 밴드 이야기…시대상 새롭게 조명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연합뉴스와 수림문화재단이 공동 제정한 수림문학상의 제5회 수상작인 '기타 부기 셔플'이 출간됐다.

이진 작가의 장편소설 '기타 부기 셔플'은 전쟁고아 출신 청년인 김현이 1960년대 미8군 연예계의 밑바닥 생활에서 시작해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자리 잡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은 부유한 실업가의 외아들로 태어나 바이올린 과외를 받고 팝송과 재즈를 즐기며 자랐지만, 전쟁으로 순식간에 고아가 된다. 공장에서 막일로 생계를 이어가다 우연한 기회로 용산 미8군 기지 라이브클럽에서 악기와 물품을 나르는 헬퍼로 취직한다. 그러다 어느 날 공연을 펑크 낸 기타리스트를 대신해 무대에 섰다가 숨겨진 끼와 배짱을 인정받아 4인조 밴드 '와일드 캐츠'의 정식 멤버가 된다.

정식으로 밴드 활동을 하게 된 그는 미8군 연예계의 신세계를 만나게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당시 미군 기지는 각종 수입 물자와 최신 문화가 넘쳐흐르는 별천지였다. 밴드는 미8군 무대에 서기 위해 음대를 졸업한 장교, 미 본토에서 방한한 연예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앞에서 정례 오디션을 치른다. 오디션 결과에 따라 출연료는 물론, 공연하는 무대의 급도 달라지기 때문에 무한 경쟁 체제 속에 밴드 멤버들은 온 힘을 다해 창작과 연습에 매달린다. 밴드가 본궤도에 오르려던 즈음, 멤버의 마약중독과 연예흥행사 단장의 횡포로 위기가 찾아온다.


이 소설은 1960년대 미8군 연예계를 비롯한 서울 시내의 모습, 당시 가수들의 삶과 시대상을 정밀하게 그렸다. 작가는 "소설을 쓰기 위해 자료 수집에 상당한 시간을 들여 일간지 기사와 '서울 600년사' 같은 사료, '명랑'이나 '가요생활' 등 당시 발행된 가십 잡지를 많이 조사했다. 그때 이미 안면윤곽을 해준다는 성형외과 광고가 실렸고 연예인에 대한 기사도 지금보다 더 자극적이었다"고 설명한다.

후대에 재구성되고 희석된 역사가 아닌, 당대의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애썼다는 작가의 의도는 소설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로 잘 구현됐다.

특히 1960년대 가요계는 이전까지 주류였던 음악 장르에서 탈피, 레퍼토리가 다채로워지고 차별화한 음악성과 연주 기법, 무대 퍼포먼스가 중요시되는 개성시대로 전환한 시기라는 점에서 우리 대중음악사에 주는 의미가 특별하다. 전 세계에 한류를 일으키기에 이른 한국 대중음악의 저력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케이팝 태동의 첫 단추가 어떻게 끼워졌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심사위원단은 "무엇보다 서사의 힘이 강력하다. '딴따라'라고 천대받으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못하는 청년들이 뭉치고 사랑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능숙한 솜씨로 그린다"고 평했다.

이진 작가는 청소년 장편소설 '원더랜드 대모험'으로 2012년 제6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받으며 등단해 2014년 두 번째 장편소설 '아르주만드 뷰티살롱'(비룡소)을 냈다.

책을 펴낸 광화문글방은 연합뉴스의 출판 전용 브랜드다. 260쪽. 1만3천 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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