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지난 10월 31일 한중 양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사드 관련 정책 결정이 야기한 한중 간의 갈등을 수습하려는 양국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얼어붙었던 양국 간의 무역환경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는 예전처럼 활발한 한중 경제협력이 재개(再開)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기도 하지만 1992년 수교 이후 25년간 확대일로(擴大一路)를 내달려 왔던 한중무역에 또 다른 의미를 던지기도 한다.

이제는 급격하게 성장해온 중국의 생산 능력과 시장 지배력 강화와 같은 말들은 그리 낯설지 않은 문구가 돼버렸다. 최근에는 중국기업이 공급 측면에서 하루가 다르게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한국기업이 장악했던 중간재도 중국산으로 대체되는 등 ‘홍색(紅色) 경제망’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게다가 중국은 서방 기업을 인수해서 기술 수준을 높이고 핵심부품 생산은 물론 중간 가공을 거쳐 자국 브랜드로 최종 공정을 마무리하는가 하면 중국산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발 적색경보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중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례로 현재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은 수출국이고 미국은 수입국이다. 통계만 보면 스마트폰을 대량 수출하는 중국의 경쟁력이 훨씬 강하다는 평가가 도출되지만 더 큰 실익을 얻는 나라는 미국으로 설계, 디자인, 유통 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들을 확보해 가치사슬 구조상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속적인 대중교역의 확장과 우위 확보는 부가가치 중심의 수출구조 선진화와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발전 및 제조 공정의 효율화, 디자인, 마케팅 분야 등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한 요소로 꼽힐 수 있다. 특히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의 글로벌 시장선점을 위해서도 더욱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의 한중 무역관계는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처럼 경쟁관계를 넘어 협업과 융합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중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드론과 같은 산업 분야와 한국의 ICT, 디자인, 신소재 등의 기술 융합은 4차 산업의 핵심인 과학기술의 메카로 일컬어지고 KAIST를 비롯한 산업별 주요 연구기관 및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대전, 세종, 충남지역에 새로운 수출 길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드 갈등은 중국 시장의 변화와 지나친 무역의존에 따른 허(虛)와 실(實)을 인지하게 하고 시장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경쟁력 보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하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배울 수 있는 값진 수확들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호황일 때 불황을 준비하듯 최근 한중간의 교역환경이 향후 공동발전에 소중한 경험으로 남겨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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