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지난 달 21일 청주의료원은 충청투데이와 함께 '100세 시대 건강걷기대회'를 주최했다. 많은 도민이 함께 한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며 생활 속의 건강, 그 중에서도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료해야 하는 데 그 예방과 치료에 가장 좋은 것이 걷기임을 강조하며 '이것이 오늘 하루의 이벤트성 행사가 아니고 일상의 습관이 되고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 중에서 가장 비참한 병이 혈관질환이라고 한다. 암을 포함한 다른 병들도 힘들기는 하지만 그런 병들의 경우는 죽음에 대한 준비는 물론, 생을 마치기 전까지 다소의 일상생활은 할 수 있는 반면,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나타나는 심장질환이나 중풍 등 뇌혈관 질환은 갑자기 나타나고 수반되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 비참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다.

식물인간 상태가 되면 간호하는 사람이 계속 몸을 마사지 하거나 움직여 주어 살이 썩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런 간호가 얼마나 고역인지를 생각하면 정말 비참한 병임에 틀림없다. 이 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생활 습관이 걷기다. 하루 8000 걸음 이상을 조금 빠르게, 그래서 숨이 다소 가쁠 정도의 속도로 걷기를 권하고 있다. 이런 걷기 운동을 일주일에 적어도 서너 번은 해야 한다. 걷기를 생활화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질환 환자가 우리나라에만 매년 6만 명 이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사회경제학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의료원에서도 10월부터 시작된 국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어르신들 대상 독감 예방 접종을 해 드리고 있다. 접종을 하기 전 문진표에 기록된 내용에 대해 필자가 직접 상담하고, 예방접종의 유의 사항을 말씀드렸는데 문진표에 고혈압, 당뇨병을 앓고 계시다고 기록한 분들이 참 많았다. 연세가 높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고혈압 환자가 집에서 혈압을 측정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 병원에 가서 한 번 혈압을 재는 것은 본인의 평소 혈압이 아니므로 집에서 일정 시간에 혈압을 재도록 말씀드렸고 그것을 기록해 병원에 가실 때 가지고 가셔서 의사와 상의하고 약을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당뇨병을 잘 관리하고 계신가요?'하고 여쭈면 '약은 먹고 있어요'라고 하시면서 '잘 조절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냥 왔다 갔다 해요'라고 답을 하시는 분이 많다. 왔다 갔다 한다는 말씀은 그 때 그 때 측정하는 혈당을 말씀하시는 것이라서 '당화혈색소가 얼마나 되나요?'라고 질문하면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혈당 보다 중요한 것이 당화혈색소이고 그것은 지난 3개월 동안 혈당이 잘 조절되고 있는가를 알려주는 표지’임을 설명하고 '앞으로는 꼭 그 숫치를 가지고 관리하십시요'라고 말씀드린다. 또 '병을 관리함에 있어 약을 먹고,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노력을 통해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며 더 무서운 질환이나 합병증의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상담을 마친 후 다음 달이면 개소하게 될 청주의료원 심혈관센터와 인공신장센터 소개 홍보 책자를 드리며 병이 중해지기 전에 미리 미리 이런 전문센터를 통해 검사와 적절한 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함도 강조한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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