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청주시 용암2동 주민센터
[시선]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서울 송파구에 살던 세 모녀가 동 주민센터를 찾아가 생활고를 호소했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에 맞지 않고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어떠한 사회보장체계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생활하다 자녀의 질병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세 모녀가 동반 자살한 사건이다.

2014년 2월 온 국민을 슬픔과 안타까움 속으로 몰고 간 이 사건은 동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지 사각지대에 대한 화두를 던져줬다. 이 사건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 등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서 2015년 7월부터는 맞춤형급여제도(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시행됐고, 여러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법정 저소득층이 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는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해소하기 위한 전국적인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은 미비한 편이다.

청주시만 살펴봐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2016년 7월, 시골 마을에 살던 부부가 만득이라 불리던 지적장애인을 19년 간 축사에서 무임금으로 강제 노동을 시킨 '만득이 사건'이 방송을 통해 세간에 알려졌고, 같은 해 9월과 10월에도 연달아 장애인 학대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인 가구의 꾸준한 증가와 노인 빈곤율 심화로 홀로 죽음을 맞이하고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 사건도 잦아지면서, 사회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현 보호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소외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게 됐다.

필자가 속한 동 주민센터는 일선 사회복지 현장으로, 복지 사각지대의 발굴과 해소는 시대적 책무라는 공통된 생각 아래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자체 사업을 시작했다. 바로 '소담우체통'이다. 관내 대표적인 산책길인 소담길을 빌어 만든 이 사업은 청주우체국에서 폐 우체통 2대를 무상으로 넘겨받아 리폼작업을 마친 후 9월 중순부터 시행됐다. 우체통은 유동 인구가 많고 접근하기 쉬운 소담길과 동 주민센터에 설치해 지역 주민이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용암2동의 어려운 이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이야기를 종이에 적어 소담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모여진 이웃들의 사연을 담당 공무원이 확인한 후 대상 가구를 방문하고 상담을 통해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더불어 이 사업은 본인이나 주변 이웃의 어려움을 익명으로 알릴 수 있기 때문에 주민센터와 같이 공개된 장소에서 개인적인 어려움을 말하기 꺼려 찾아오지 않았던 잠재적 복지대상자까지 발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소담우체통의 핵심은 지역 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지역사회복지의 보호 체계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라고 외치던 정현종 시인의 시 '섬' 에서처럼, 사람들 사이의 섬을 넘어 서로에게 관심을 갖도록 소담우체통이 다리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복지 사각지대의 전형을 보여준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주변 이웃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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