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묵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장
[수요광장]

오로지 과학에만 몰두했을 것 같은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5살 무렵에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접한 뒤 음악과 사랑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의 음악에 대한 사랑은 우주와 음악, 자연과 신의 조화로움에 절대적인 존경으로 이어졌고, 그의 안에서 감정과 도덕의 복합적인 합일체로 자리잡게 됐다.

‘위대한 과학자는 위대한 예술가와 같다’는 말처럼 틈만 나면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아인슈타인이 음악 덕분에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상대성 이론을 생각해 냈다.

1970년대 뉴욕은 파산지경의 위기에도 미래를 보면서 나가야지 현재에 갖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문화예술분야에 투자를 게을리 하지 않아 세계 경제와 문화, 관광의 중심도시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뉴욕필 하모닉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독특하기로 유명한데 그 중에서도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와 공연 전에 연주할 곡에 대해 해설하는 ‘프리 토크’, ‘어린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은 유럽의 오케스트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뉴욕 필의 교육프로그램의 주된 목적은 영재를 키우자는 것이 아니라 음악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동시에 음악에 접근하는 법을 가르침으로써 미래의 관객을 확보하는데 있다.

반면에 예술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들 한다. 현대 예술이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과거의 관념으로 예술을 보기 때문이다. 이제 엘리트 예술, 소수의 예술가가 문화예술을 이끌어 가는 시대는 지나고 생활예술의 시대라고 한다. 생활예술이란 시민이나 주민이 자신이 살고 있는 일상의 생활 속에서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예술적 활동으로 정의된다.

요즘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버스킹(거리공연)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버스킹은 공간주에게는 사람들이 모이는 활발한 공간이라는 홍보효과를 제공하고 아티스트에게는 대중들과 만날 수 있는 공연의 기회와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지난 5월부터 여섯 달 동안 활발하게 진행했던 ‘들썩들썩 원도심’사업이 음악, 전통예술, 무용, 극, 융복합 등 5개 장르의 83개 공연, 총 166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12년부터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시작했던 이 사업은 어느새 6년차를 맞으며 원도심에 사람이 모이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문화예술단체, 대학생, 아마추어동호인 등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창의적 공연프로그램을 공모해 선정하고, 원도심을 비롯한 주요거점의 거리와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동안 공연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사업초기 시행착오에 따른 어려움도 많았지만 사업수탁기관인 대전문화재단의 확보된 문화예술 전문성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실을 다져 나가고 있다.

최초의 증기선과 타이타닉호가 건조되어 처음 출항했던 영국 아이리시해의 연안도시 리버플. 전 세계 해상무역의 40%를 담당했던 도시가 불과 30여년 전까지 가난과 실업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음악과 미술, 공연·스포츠 등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최고의 관광도시로 되살아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 전 휴가차 다녀온 스페인의 마드리드 거리와 이탈리아의 미켈란젤로 광장에서의 거리 풍경은 잊을 수가 없다. 길거리에서 건반과 바이올린을 연주하던 악사들, 미켈란젤로광장에서 기타와 타악기로 음악과 노래를 들려주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던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들석들썩 원도심’ 공연이 오버랩 됐다.

우리 대전에서도 중앙로 프로젝트 사업이 완료되는 2020년 쯤이면 원도심은 경제기반이 견고한 완전히 다른 도시로 바뀌어 있을 것이다. 그 원도심의 거리마다 생동감 있고 활기 넘치는 버스킹 풍경들을 흔하게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