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길잃은 세종시 아이들…
파벌 심해, 친구 사귀려면 뭐든…
市 아동친화도시 홍보에만 급급
청소년 선도프로그램 운영 미숙
시교육청 학폭예방도 효과 미비

세종시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에 거주하는 고교 1년생 박 모(17)군은 맞벌이 가정의 위태로운(?) 자녀다. 지난해 부모가 세종으로 이직 한 탓에 정들었던 대전 친구들과의 작별을 고했다. 이후 1년간의 세종살이는 ‘집단 따돌림’, ‘학교폭력’ 등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한다.

박 군은 “세종시 학교의 분위기는 파벌 형성이 심해요. 각 지역 출신끼리 모여 집단을 이루기 때문에 늦깎이 전학생들은 외톨이가 되는 일이 많죠.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선 원치 않는 놀이를 접해야 하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박 군의 일상을 보면 하교 이후 신도심 인형 뽑기방과 PC방을 전전긍긍한다.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읍·면지역의 밀폐된 코인노래방을 찾은 박 군과 친구들은 술·담배와 마주하면서 비행의 출발점에 선다.

이처럼 세종시 아동들이 길을 잃었지만 정작 관할기관들은 현실과 어긋난 아동친화정책을 홍보하며 자화자찬하는 모양새다. 최근 세종시는 전국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처음으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아동친화도시 관련 조례를 만든 시는 전담 테스크포스 팀을 설치하고 아동친화도시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아동과 청소년이 활발하게 시책수립에 참여하도록 지원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게 공통된 시각. 세종시는 각종 아동관련 인프라를 내세우고 있지만 청소년들 입장에선 정작 갈 곳이 없는 신도심으로 여겨진다. 공공시설 내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관련 프로그램 및 놀이 공간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세종시는 소년범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선도하는 프로그램 운영도 미숙하다. 세종시 청소년 선도프로그램(사랑의 교실)의 지난 2015년 소년범 135명 중 연계인원은 12%인 17명, 2016년은 소년범 186명에서 15%인 29명만 연계하는 데 그쳤다. 증가하는 소년범에 비해 사랑의 교실 운영에 필요한 공간과 인력, 예산이 부족해 선도·교화의 기회가 부족하다.

학교폭력 예방 정책을 마련해야하는 세종시교육청도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홍보에만 매몰됐다. 세종시교육청이 최근 발표한 ‘관내 초·중·고등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피해응답률’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와 대비해 초·중·고의 피해응답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청은 이에 대해 사회 전반에 걸친 학교폭력 대응 안전망을 구축하고 지속적인 예방교육과 더불어 학생들의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여건을 강화한 결과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이 또한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자평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시각.

세종시교육청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 건수를 보면 지난해 2016년(초 29건·중 61건·고 46건) 136건에서 전년도 2015년(초 16건·중 45건·고 39건) 100건에 비해 36% 증가했다.

학교폭력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 또한 고교생 학업중단율 전국 1위, 소년범 사건 증가 등도 세종지역의 학교 폭력 현상이 짙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학교폭력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는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의 일성이다.

수년전 학교폭력 예방 방안으로 △인성교육 중심의 실천적 생활지도 전개 △공정한 사안처리 및 학교역량 강화 △학교 안전망 구성을 위한 Wee프로젝트 운영 △ 교육공동체 등 지역사회와의 협력체제 구축 등을 내세워지만 현 시점에서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 재점검을 해야 할 시기라는 게 공통된 여론이다.

세종의 한 학부모는 “세종시교육청과 세종시청이 탁상행정을 중심으로 한 정책결과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세종시 아동들은 위험에 도사리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과 지도가 필요한 때”라고 전했다.

세종=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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