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필자가 근무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역사회의 깨끗한 환경 조성을 위해 매월 셋째 주 수요일 '깨끗한 우리마을 만들기'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지역본부가 있는 둔산동 일대를 청소하다보면 주변에 식당이 많아서인지 대다수 쓰레기가 담배꽁초이고, 또 바로 옆에 둔산초등학교가 있는데 학교 앞 인도와 담장을 대신하는 화단엔 담배꽁초와 음료 캔들이 많이 숨겨져 있다.

어린이들의 통학로에서 흡연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곧 어린이들이 간접흡연의 폐해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금연을 위한 조치 제4항 제6호, 제7호, 제9호, 제12호에 따르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초.중.고), 학원 등 아동들이 생활하는 대부분 공간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금연구역 표지를 설치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지난 8월 한 달 동안 전국의 영유아 기관 및 초등학교 200곳과 418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아동 통학로 흡연실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첫째, 조사를 시행한 200곳의 통학로 중 4곳을 제외한 196곳(98%)서 지속적인 흡연이 발생하였고, 인터뷰에 응한 418명 아동 모두 통학로 흡연을 목격한 경험과 이로 인한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둘째, 흡연이 발생한 196곳 중 184곳(94%)은 학교 담벼락, 학교 뒤편 도로, 학교 출입문과 이어지는 횡단보도 등 아동들의 주요 통학로라 할 수 있는 학교 경계선 상에서 집중적으로 흡연이 발생하고 있었다.

셋째, 흡연이 이루어지는 196곳 중 122곳(62%)에서는 운동장 등 학교 내부에서 흡연이 발견된 곳이 27곳, 학교 정문, 후문 등 출입구 앞에서 발견된 곳이 47곳, 출입문과 이어진 횡단보도, 학교 담벼락 등에서 발견된 곳이 48곳으로 금연구역에서도 흡연이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었다.

넷째, 학교 인근에 부착된 금연표지판이 학교주변, 학교 앞 등 모호한 표현이 다수여서 어디까지가 금연구역인지 인지하기 어려웠고, 표지판이 제각각이거나 눈에 띄지 않아 무용지물인 경우가 다수였다.

통학로 현장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지역을 막론하고 학교를 둘러싼 담장과 교문으로 연결되는 횡단보도에서 상습적인 흡연이 일어나고 있었으나 대부분은 금연구역에서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들에게 담배 없는 통학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첫째, 현재 학교안만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 국민건강증진법과 출입문 앞 50M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는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만으로는 아동들을 간접흡연으로부터 제대로 보호할 수 없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둘째, 학교 안과 학교 밖 50M 절대금연구역내에서도 62%의 흡연이 발견 되었고, 특히 숨까지 참아가며 담배연기를 피해가는 학생들이 학교 안팎의 담뱃 꽁초를 줍고 있었다.

국가와 지자체는 학교 주변에서는 금연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금연구역 지정 및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보이지 않고 방치되어 있고 제각각인 금연안내 표지판을 모두가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표지판 내용을 정확하게 수정하고, 부착위치 조정 및 표지판 수 확대를 통해 금연안내 표지판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른들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자주 보니 담배를 많이 피워 폐암이 걸릴까 무섭기도 하지만, 어떤 맛이길래? 얼마나 좋길래 피울까? 하고 궁금하기도 해요"라고 했던 어린이의 말이 떠오른다. 이제 어린이들의 통학로를 담배연기와 담배꽁초 없는 쾌적한 통학로로 돌려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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