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0〉말할수 있다면-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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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선희 씨가 아들 승준이가 더 아프지 않기를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홍서윤 기자
아이의 재능은 가족에 축복이 되지 못했다. 승희(12·여)는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 먼저 어른이 돼야 했다. 아이에게 어리광을 피울 여유는 없었다. 희귀병인 폼페병을 앓는 오빠 승준이(15)로 인해 어머니의 손길은 승희에게까지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일분 일초는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활 중인 승준이에게 쏠렸고 승희는 그 속에서 웃음을 잃어갔다. 오빠 승준이가 모든 것을 기계에 의존해야되면서 가족은 경제적인 문제를 둘러싼 지루한 싸움에 서서히 지쳐갔다. 그리고 단지 돈이 없다는 건 아직 어린 승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이유가 됐다.

어머니 선희 씨는 수년전 승준이 치료비에 도저히 내일이 보이지 않자 한 방송사의 후원 모금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카메라 화면에는 누워있는 승준이의 얼굴, 곁에서 승준이를 닦아주는 어머니, 그리고 승희의 얼굴도 빠짐없이 담겼다. 당시 승희는 신학기, 친구들을 한창 사귀려고 할 때였다. 방송이 나가고 모아진 후원금으로 승준이네 가족은 한동안 치료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불안한 행복이자 어쩌면 악몽같은 생활이 시작되게 된 단초였다. 어느날부터 승희 곁에는 친구들이 오지 않았고 먼저 다가가려해도 다들 멀찍이 떨어졌다.

어머니 선희 씨는 “(방송을 본)부모들 사이에서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얘기가 돌았던 것 같다”며 “승준이는 단지 못움직이는 희귀병을 앓고 있을 뿐이고, 우리 아이들은 절대 불쌍하거나 나쁜 아이들이 아닌데 세상은 참 가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혹시라도 승희가 흔들릴세라 그때 이후로 아이와 매일매일을 대화하고 눈을 맞췄다. 다행히 어머니의 진심이 통했는지 승희는 이제 위축되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됐다. 어머니 선희 씨는 요즘 승희를 바라보며 남모를 한숨을 삼키고 있다.

승희가 전국음악경연대회에 나가 피아노 부문 준대상을 타온게 그 이유다. 방과후학교에서 배운 게 다였고 처음으로 나간 대회에서였다. 다른 부모들에게는 단순히 기쁨으로만 다가올 일이건만 승희 씨에게는 부담이 섞여 돌아왔다.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승준이에게 여전히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던 데다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면서 승희를 챙기기에는 더 여유가 없어진 탓이다.

아이의 재능은 언제쯤 가족에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선희 씨는 “남들은 과외선생님을 붙여 없는 재능이라도 만들어준다던데 나는 두각을 보이는 아이에게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해 죄스럽다”고 했다.

<11월 3일자 1면에 3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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