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올해도 지역축제가 봇물을 이루며 열렸다가 막을 내렸다. 북핵문제, 경기침체 그리고 치안을 비롯한 사회적 불안 요인 속에서도 무엇을 '축하'하려는지 '축제'는 끊임없이 개최되었다. 내실없는 축제에 대한 무용론, 자성론이 거론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건만 국가 차원의 대규모 행사에서 동네마을 단위 잔치에 이르기까지 정확한 통계집계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각기 지역 홍보와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나름 열정적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막을 올린다. 그 열의에도 불구하고 새로울 것 없는 콘텐츠로 예년의 프로그램 재탕, 삼탕이 반복되는 가운데 전국 축제가 하향평준화를 이루어 그로 인한 식상함과 피로도는 벌써 임계점에 다다랐다. 관심을 끌고 행사의 특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전략 역시 신선한 창의력과 의표를 찌르는 감성소구를 지향하는 대신 말초적이고 관능을 부추기는 유치한 개념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경북 어느 지역 인삼축제에서는 사람 모양의 인삼조형물을 만들어 행사장 주변 하천에 설치했다. 여기까지는 여느 축제장과 다름이 없는데 이 조형물에 움직이는 남성 성기를 부착해 놓았다<사진 왼쪽>. 참으로 망측한 발상이 어떤 경로를 통해 실현되었을까. 그리고 반응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짐작은 했을 텐데 그 배짱과 의지는 대단하다. 빗발치는 여론에 서둘러 철거는 했다지만 이런 현실의 의식수준이 이즈음 우리나라 지역축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같은 인삼축제라 해도 충남 금산에서는 이 지역 역사적 사실을 뮤지컬로 무대에 옮긴 '칠백의 용(박팔영 작, 연출)'이 크게 주목받았다<사진 오른쪽>. 지역축제의 속성과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전향적인 사례로 칭찬할만하다. 공연경험이 전혀 없는 지역주민이 무대에 오르고 금산 지역 역사명소인 칠백의총에 얽힌 조상들의 감동적인 구국 투쟁 스토리를 지역축제에서 마주하니 감동은 커진다. 침체기에 접어든 지역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활로는 이렇듯 발상의 차이로부터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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