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춘화 을지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시론]

디지털 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은 대부분 기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머리가 구부정하게 앞으로 나오는 자세를 오래 취하다 보니, 앞을 향해 역C자형으로 있어야 하는 목의 척추는 소위 '거북목'이라고 하는 일자 형태로 변한다. 반듯하게 쭉 펴져야 할 가슴과 허리의 척추는 활처럼 휘어지고 어깨는 점점 더 앞으로 말려 들어가 버린다.

더불어 몸을 지탱하는 관절의 위치도 변형이 오다 보니, 올바른 자세로 서기도 걷기도 어렵게 된다.

통증이라도 없으면 좋으련만, 뒷목과 어깨는 늘 뻐근하고 어깨 근육은 뭉쳐서 마치 갑옷을 입은 것처럼 단단해진다. 항상 아프니까 늘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게 될 터, 당연히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병원 뿐 아니라 각종 매체에서는 원인이 되는 잘못된 자세를 바로 잡아 바른 자세를 취하는 방법과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운동법 등에 대해 끊임없이 얘기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늘 눈앞에 있어야 하는 스마트 기기는 이런 증상의 확산을 가속화시켰다.

필자 역시도 과연 멀쩡한 관절이 있을까 싶을 만큼 힘들다. 움직이는데 제한이 있지는 않았지만, 양 어깨는 늘 로봇처럼 딱딱해서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어깨 통증이 심해지면 하던 일을 중단해야만 했다.

미국 연수 시절,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했던 피펫팅과 마우스 클릭 때문에 생긴 오른쪽 손목관절의 통증은 너무나도 심했다. 나이가 들면서 찾아온 노안과 모니터 사용으로 심해진 안구건조증으로 눈이 아프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여 장시간 모니터를 보는 게 힘들었다. 걷기 이외에 별로 사용해본 적이 없는 다리근육은 많이 약화되어 가끔씩은 무릎도 아파왔다. 바쁘단 이유로 쉬운 길을 먼저 선택했다. 진통제와 물리치료, 통증치료 같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순간을 해결해왔다.

건강검진에서 늘 운동을 권장 받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또 무엇이 나한테 맞는 운동인지도 모르겠고,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 몸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백가지 이유를 들어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됐다. 필라테스는 제1차 세계 대전 중 영국의 랭커스타 포로수용소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Joseph H. Pilates)가 포로들의 운동부족과 재활치료를 위해 침대와 매트리스 등 간단한 기구만으로 할 수 있도록 고안한 근육 강화 운동이라고 한다.

필라테스의 시작이 감옥이란 물리적 제한으로 발생한 운동부족과 재활치료를 위한 것이었다면 디지털 기기의 사용에서 비롯된 제한된 움직임으로 인한 운동부족에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필라테스가 사람 이름이라는 것도 모르고 시작했지만 1년 이상을 지속하면서 어깨통증도 많이 사라졌고, 구부정한 자세도 제법 좋아졌다. 자세가 좋아지면서 잃어버린 2.4㎝의 키도 찾았다. 밤새 일을 하면 여전히 아프고 힘들긴 하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취하고 스트레칭도 하려고 노력한다. 적어도 살아있을 때까지는 직립보행을 할 수 있도록 이 끈을 놓치지 않고 이어가려고 한다. 의학기술의 발달은 평균수명을 연장시키고 있고, 디지털시대는 편리함과 함께 사람의 관절이나 근육에 전혀 새로운 형태의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스마트 기기로 인한 불편함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다.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몸을 지탱하고 있는 뼈와 근육, 관절의 불편함은 삶의 질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나에게 필요한 운동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오래도록 잘 할 수 있어야 노화로 인한 불편함과 디지털 시대가 초래하고 있는 새로운 불편함에 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더 새로워지는 시대를 경험하는 즐거움도 마음껏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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