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식 한국국토정보공사(LX) 대전·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올해 통계청은 지난해 국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이 1.17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으로 초저출산국 기준인 1.3명보다 낮은 수치다. 어린 아이의 울음처럼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까. 이와 같은 숫자를 보면 반세기 전 베이비붐 시기에 자녀 서너 명을 둔 가정이 대부분이었고 1980년대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한 사실마저 의심케 한다.

저출산은 다양한 측면에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온다. 국가적으로 인구 감소는 국방 및 연구개발(R&D) 측면의 인적 자원의 감소로 이어져 사회의 펀더멘탈(Fundamental)이 흔들릴 수 있다. 기업인 입장에서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다지만 여전히 최소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필요할 것이며 노동력이 확보되지 않는 가운데 새로운 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 또한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는 노년층에 대한 젊은 층의 부양 부담으로 이어져 사회적 유대감 형성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무엇일까. 필자는 저출산 원인을 해소하는 다양한 방법론 중에서 여성의 출산과 양육을 배려하는 직장 문화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 의하면 직장인 여성들은 회사 내에서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때문에 휴직이나 유연근무제 등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절반 이상인 51.4%가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저출산 정책으로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꼽았다.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인력을 충분히 보장해 주는 등의 현재의 육아휴직제도 확대·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여성이 자유롭게 출산을 해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것은 인적 자원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한 우리나라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특히 4차혁명은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하는 직무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과 의사소통능력, 감성 등이 발달한 여성의 잠재 능력을 소프트파워로 발전하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출산 후 경력단절 여성이 늘어난다면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므로 이제는 국가가 여성의 노동력을 보호하고 보육을 책임져 그들의 노동력을 아껴주고 보살펴 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달 필자는 우연히 한국국토정보공사 대전·충남본부 소속 여성 워킹맘들과 식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업무에 자부심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는 모습에 선배 직장인으로서 마음 속 깊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가정과 직장을 동시에 책임지는 그들을 마주 하니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2014년 평일 기준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남성의 8.3배였다고 한다. 직장을 다니는 여성들은 눈을 뜨면 일하기 시작해 잠자기 전까지 계속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저출산 또한 본질적으로 개인 선택의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등의 선택을 하기 전에 직장문화를 개선시켜 좀 더 따뜻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의무이기도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