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부담·재산분쟁 있는 경우
환자 의지 무관 연명 치료 거부
‘현대판 고려장’ 발생 가능성
자살·장기매매 등 악용 우려도

환자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결정지을 수 있는 이른바 ‘존엄사법’이 23일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간 가운데 윤리적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법’은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한 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이 내려진 환자가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등 4가지의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는 환자 가족 2인이 연명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진술하거나, 환자 가족 전원이 합의해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수 있다.

연명의료 결정법은 내년 2월 본격 시행되며 내년 1월 15일까지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지역에서는 충남대병원이 시범사업 병원으로 선정된 상태다.

일각에선 존엄사 가능 여부를 두고 악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우려되는 것은 환자 부양 가족의 경제적 부담으로 인한 경우다. 치료비가 부족한 저소득층 또는 가족 간 재산분쟁 등을 겪는 노인 환자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가족의 연명 치료 거부로 일명 ‘현대판 고려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환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한 창구나 장기매매 등 상업 목적으로까지 존엄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존엄사 논쟁은 1997년 일어난 ‘보라매병원 사건’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상태다.

당시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하던 환자를 두고 가족 측이 퇴원을 강력하게 요구하자 병원 측은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은 뒤 환자를 퇴원시킨 바 있다.

해당 환자는 퇴원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했고, 법원은 가족과 병원 측의 살인과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이 같은 문제로 의료계는 존엄사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를 앞세우고 있다. 법률 취지와는 상반되거나 비윤리적 내용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시행령화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생명을 다루는 문제인 만큼 충분한 제도적 보완과 정확한 인식 홍보 등을 통해 악용화나 윤리 논란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