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20년 연구 순수국산기술 개발... 2012년 자동통역 앱 ‘지니톡’ 시범서비스
인천아시아게임 한·중·영·일 통역 지원... 평창올림픽땐 아랍어 추가 9개 언어 제공
한국어 기반 서비스로 한국인 특화 주목... 인식단어 영어 80만개·한국어 180만개
스마트폰 터치·대화 방식 사용 불편... 웨어러블 기반 ‘제로 유아이’ 기술 개발
헤드셋 

▲ ETRI 연구진이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고 웨어러블 헤드셋을 착용하고 양방향 자동통역을 시연하고 있다. ETRI 제공
언어가 달라도, 설령 그 언어를 몰라도 더 이상 부담 느낄 필요가 없는 시대다. 기술은 이미 인간의 전유물로 알려졌던 언어에도 깊숙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자동통역기술 시장을 향한 글로벌 기업 및 연구기관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통역기술을 선도하는 중심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가 있다. ETRI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 의사소통에 불편함이 없는 자동통역 시대의 문을 열었다. ETRI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사명을 띠고 20여년간 연구에 몰두한 끝에 순수 국산기술로 자동통역기술을 개발해냈다. 연구개발의 결과물이자 지니톡으로 대표되는 ETRI의 자동통역기술은 이제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고 있다.

◆국내 연구기관이 만들어 세계인이 함께 쓴다

ETRI는 1980년대 후반부터 자동통역 기술 개발을 시작한 후 응용영역을 달리해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2008년에는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소프트웨어 컴퓨팅 산업원천 기술개발 사업 일환으로 한영 자동통역 개발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후 ETRI는 2012년부터 모바일 단말용 자동통역 앱 ‘지니톡(GenieTalk)’에 자동통역기술을 적용해 시범서비스했다. 지니톡 첫번째 버전(한·영)을 제주도(1월), 여수세계박람회(5~8월)에서 시범서비스하고 10월에는 범위를 넓혀 전국민과 우리나라를 방문 중인 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선보였다. 당시 지니톡의 자동통역률은 80%이상으로 세계 최고로 인정받던 구글의 한·영 자동통역 기술 대비 15% 이상의 경쟁우위를 보였다.

2014년에 열린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한·중·영·일 4개국 자동통역서비스를 지원, 25만여건의 통역횟수를 기록했다. 또한 2015년 ETRI는 한글과컴퓨터 자회사인 한컴인터프리에 기술출자 방식으로 지니톡의 음성인식, 자동통역 원천기술을 제공했으며 지난해에는 5개국 언어 통역기술을 개발해 한컴인터프리에 이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공식 통번역 서비스로 선정된 내년도에는 대회 기간 아랍어 등을 추가해 총 9개국 언어 자동통역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ETRI는 기술을 고도화해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음성인식 가능한 나라를 14개국으로 늘리고 향후 점차 더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전 세계 각축전 속 빛나는 토종 통번역서비스

전 세계 자동통번역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통번역 시장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외 현황을 봐도 이를 증명한다.

우리나라에는 ETRI를 비롯해 세계 최대 130여 언어쌍 문서 자동번역 기술을 보유한 시스트란(Systran)이 있다. 또한 올해 7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 ‘파파고’는 최근 인공신경망 번역기술을 지원하는 언어를 총 10개로 확대했다. 최근 카카오도 기술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해 지난달 카카오 아이(I)의 번역 엔진을 적용한 기계번역 서비스 ‘번역베타’를 선보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구글(Google)이 영어 기반 세계 최고 수준 40여개국 자동통역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MS는 Skype 인수 후 화상전화 동시통역 시스템 개발, 일본의 NTT는 2020년 동경올핌픽을 목표로 자동통역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이같은 세계 각국과의 경쟁에서 ETRI는 한국어를 기반으로한 서비스라는 점에 주목받고 있다. 구글과 비교하면 ETRI 지니톡의 한국어 인식률은 96%로 우위이며 다른 언어에 대한 인식률은 90~95%다. 인식가능한 단어는 영어가 80만인 반면 한국어는 180만단어로 인식할 수 있는 한국어 단어가 월등하게 높다.

가령 ‘근처에 맛있는 집이 어디야’라고 지니톡과 구글 통역기, 네이버 파파고에 묻는다면 구글과 파파고는 맛있는 집을 ‘Nice House’로 오역한다. 반면 지니톡은 ‘Delicious Restaurant’로 정확히 번역해낸다.

김승희 ETRI 책임연구원은 “한민족 특유의 자존심으로 최소한 한국어 및 한국에 관련된 기술은 세계 탑(TOP) 수준이 돼야 한다는 목표 아래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력으로 전 세계를 선도한다

최근 자동통역기술은 딥러닝 기술 도입에 의한 성능 향상으로 상용화 확산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그동안의 자동통역 기술은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한 후 말을 하고 상대방에게 통역 결과를 화면으로 보여 주거나 스피커로 들려줘야만 하는 등 사용상에 불편함이 많았다. 이러한 불편함은 사람 간 자유로운 대화 상황과는 괴리가 있어 서비스 확산에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다.

ETRI 연구진은 이러한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결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언어소통이 가능하도록 하는 웨어러블 기반 '제로 유아이(Zero UI)' 자동통역 기술을 개발하고 최근 이를 국제 표준화하는데 성공했다.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고도 사람 간 대화하듯 자동 통역이 가능한 기술이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국제 표준에 채택된 것.

제로 유아이 자동통역 기술 적용시 사용자가 웨어러블 헤드셋 등을 착용 후 말을 하면 음성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돼 통역된다. 통역된 음성은 상대의 스마트폰을 통해 헤드셋으로 전송돼 통역 결과를 들려주게 된다.

이밖에 자동통역 할 상대방을 미리 알아보고 해당국가 언어를 자동으로 선택, 접근해 말을 하면 즉시 통역되는 기술도 국제표준에 채택된 기술로 포함돼 있다. 또한 상대방의 음성이 본인의 마이크로 입력돼 오동작을 일으키거나 시끄러운 장소에서는 사용이 어렵다는 한계 등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ETRI 김상훈 프로젝트 리더는 “표준화 기술을 평창동계올림픽에 시범 적용해 국내 토종 기술의 우수성과 자동통역 기술의 글로벌 대중화가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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