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군인은 자부심과 명예를 먹고 산다. 군인들의 제복은 그 상징적인 표상으로 통용되는데 가장 기본인 전투복을 비롯하여 예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복장을 통하여 자신이 속한 군의 자긍심을 드러내고 계급표시로 지위를 드러낸다. 필자가 군복무를 마친 해군은 다른 군에 비하여 군복의 종류가 더 많았다. 전투복, 동(冬)정복, 동근무복, 하(夏)근무복, 춘추(春秋)정복 등으로 용도별, 계절별로 구분되어 여러 가지 군복과 부속품을 지급받았다. 단기복무 장교라서 그런지 가장 화려하고 격식 있는 하정복은 받지 못하였다.

계급장 형태도 필자 군복무 기간 중에 바뀌었다. 종전 계급장 밑에 무궁화 꽃과 잎사귀가 추가되어 훨씬 품위가 생겼다. 소위, 중위 계급장이야 무궁화 꽃받침이 그다지 영향을 못준다지만 중장, 대장 같은 고급 장성들의 경우 묵직한 중량감과 외형에서 권위가 저절로 샘솟아 나오는 듯 하였다.

우리 국군의 복장은 날로 세련되어간다. 색상이나 디자인에서도 그렇고 기능적인 면에서도 과거 투박하고 단조로운 군복의 이미지를 벗어나 패션 감각으로까지 수준이 높아졌다. 반면 북한군 고위 장성들의 군모며 군복, 가슴과 배를 온통 뒤덮으며 주렁주렁 패용한 훈장 등 변하지 않는 외양에서 폐쇄성과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고루함이 보인다.

신세대 병사들의 감각과 취향에 어울리도록 군복 무늬와 디자인을 바꾼 것은 잘한 일이다. 일반인들이 쓰는 백팩 형태의 배낭도 신선해 보인다. 계급장 부착이 요란스럽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가장 소박한 전투복의 경우에도 좌우 군복 깃에 큼지막한 계급장을 부착하고 초록색 지휘관 견장까지 달았는데<사진 왼쪽> 미군의 경우 높은 계급의 지휘관 군복에서도 계급장 찾기가 쉽지 않다. 전투복 상의 첫 단추 근처에 수줍은 듯 조그맣게 붙어 있을 뿐이다<사진 오른쪽>. 진정한 통솔력과 위엄은 계급장 크기가 아니라 능력과 인품, 휘하 병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함의 수용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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