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

 

 

 

 

이 날이 올 줄 몰랐다. 늘 멀게만 느껴졌다. 내일은 나의 결혼식이다. 5년간 연애를 하며, 언젠간 거쳐 갈 하나의 관문이라는 생각은 해왔지만 막상 다가오니 낯설다.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결혼'이라는 말을 처음 뱉은 건 6살 때쯤이었나. 나도 어느 집의 꼬마아가씨와 다를 바 없이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는 맹랑한 소리를 외치곤 했다(그땐 세상 누구보다 아빠가 제일 멋있었다). 학창시절엔 "이러이러한 남자랑 결혼해야지(주로 연예인)"라는 로망이 있었고, 어른에 가까운 대학시절엔 "몇 살 때 쯤 결혼해야지"라고 막연하게 말했던 것 같다. 그 결혼의 목표 나이는 26살이 됐다가 27살이 됐다가 나중엔 '에라이 될 대로 돼라'하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한다. 그것도 서른의 매표소에 다다른 29.8세에.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부모님이다. 대학시절 타지에서 기숙사와 자취생활을 반복하며 8년을 떨어져 지냈지만, 그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수로 빗대면, '자취생활'은 그룹에 속해있으면서 잠시 솔로곡을 냈던 거라면, '결혼'은 그룹 탈퇴 후 혼자 솔로 앨범을 내는 기분이다. 물론 가족은 영원한 가족이고, 부모님과 같은 대전에 살게 되겠지만 그래도 괜한 서운함이 밀려온다.

나도 나름 예비신부다 보니 결혼식에 대한 걱정이 많다. 세상 유명한 덜렁이다 보니 "넘어지면 어쩌지"란 걱정도 든다. 하지만 그보다 최고의 걱정은 "울면 어떡하지"이다. 이미 해본 선배 신부들이 "울면 화장은 흘러내리고, 고로 사진은 절대 안 예쁘게 나오니 반드시 참아”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나는 드라마, 영화, 책 심지어 만화를 보고도 우는 ‘프로감성러’가 아닌가. 정작 나 자신의 일엔 잘 안 울지만, 부모님과 연관된 건 예외가 아니던가. 포털사이트에 ‘눈물 참는 법’도 찾아본 나다. 그 중 가장 와 닿는 조언은 ‘다이어트하느라 힘들었을 테니, 이제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을 생각하며 울음을 참아라’였다. 만약 눈물이 나오면 하와이 새우트럭을 상상해야겠다.

몇몇은 왜 갑자기 결혼하냐며 혹시 LTE급 혼수(?)를 한 것이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곤 했다(그들에게만 갑자기일 뿐, 우리는 이미 1년 전에 식장 예약을 했다). 또 누군가는 얼마나 강한 확신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냐며 묻더이다. 그러나 그런 장황한 이유는 없다. 둘 다 한 지역에 이직하게 됐고, 또 회사끼리도 가까웠고, 오래 만났고, 나이도 적당하고, 부모님들도 좋아하시고 "이제 할까"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물 흐르듯 하게 됐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좋다. 이 사람과 결혼해서 맨날 '근사하게' 살 수는 없을지라도 맨날 '재미있게'는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야'하면 '예' 해줄 거 같은 쿵짝이 잘 맞는 사이랄까. 최고의 단짝과 함께 살게 된 기분이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래서 행복하다.

내일 평생 짝꿍의 손을 잡고 첫걸음을 잘 내디뎌야겠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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