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호진천 이월중학교장
[투데이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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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은 가을이 왔다. 학교의 가을은 체육대회와 축제 준비를 하면서 시작된다. 맑은 바람이 높은 하늘로부터 운동장으로 내려 불면 창밖으로 절로 눈이 간다. 운동장의 흙먼지와 조회대는 동문 체육대회와 주민 잔치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올해도 기다리는 듯하다.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지어진 학교 교실과 운동장, 체육관 등은 나름대로 값어치가 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하는 체육활동이나 교실 수업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였던 것이지만 가끔 주말에 주민단체에서 학교 운동장을 사용할라치면 그 가치는 확연히 계량화된다. 충북도교육청 산하 기관의 경우라면 하루 온종일 운동장 사용료는 6만원이다. 더구나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경우라면 반액 할인이 가능하다. 기준이 없어 학교별로 울쑥불쑥하던 것을 2010년을 전후하여 조례로 사용료가 정해졌다. 이후 한 차례 조례 개정이 있었으나 사용료는 변동되지 않았다.

충북 이외의 지역도 사용료의 액수나 변동횟수는 거의 무시할만큼 적거나 없었다. 유일하게 다른 곳은 서울시 소재 교육기관의 경우인데 일반 운동장 사용에 5만원이었다. 주목하자. 하루가 아닌 한 시간의 사용 요율이다. 하루를 8시간으로 계산하면 1일 사용료는 40만원이 된다. 충북은 6만원, 서울은 40만원,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조례는 개정하기가 까다롭기에 조례의 하위 단계로 개정이 수월한 규칙으로 사용료를 정한 것은 아니었을까 추측해 보았다. 하지만 서울특별시의 경우도 조례로 사용료를 정하였다. 그렇다면 서울특별시는 조례를 꾸준히 개정하여 사용료를 해마다 현실화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 보았다.

'서울특별시립학교 시설의 개방 및 이용에 관한 조례'와 '충청북도교육비특별회계 소관 공유재산 관리 조례'를 다시 살펴보니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우 두 가지 점이 특별하였다. 한가지는 타 지역은 1일 8시간 사용이 가능한 반면 서울은 1일 최대 4시간까지로 시간 제약을 두었다. 또 다른 한가지는 타 지역은 주차에 대한 언급이 없으나 서울의 경우 주차요금에 대하여 10분 단위로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 이로서 다음과 같이 짐작하게 되었다. 도시 면적에 비하여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하여 사용가능한 학교 시설물 공급에 대한 해당 지역의 수요가 크기에, 더 많은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배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이다.

혹시 우리는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한 것을 너무 값싸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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