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연 공주대 겸임교수
[수요광장]

붉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꽃보다 더 아름다운 가을 풍경은 연약한 새싹으로 움을 틔워 무더운 더위 속에서 매서운 비바람을 이겨내고, 모질게 버티면서 끊임없이 성장한 결과이다. 사람도 태어나 평생을 살다 인생을 알 때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 해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가을은 사람을 철들게 한다고 했나보다. 쓸쓸함을 감추기 위함일까? 아니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욕심일까? 황혼을 아름답게 맞이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앞으로 걸어갈 삶이 붉은 나뭇잎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소크라테스는 여유로운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라고 했다. 역대 가장 긴 황금연휴를 모든 사람들이 얼마나 가치 있게 소비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국내여행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사찰이나 유적지, 축제 등을 찾아 지혜를 밝히고, 해외여행을 통해 세계음식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어,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접하면서 내면의 뜰을 풍요롭게 채웠다면 무형의 재산이 많이 축적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정신적인 무형의 재산과 달리, 음식은 유형의 재산이다. 요즘처럼 유기농이다, 웰빙이다 하여 먹거리가 넘치면서 음식에 소중함을 잊고 사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예전에는 음식을 귀하게 여길 줄 모르면 삶에 의미를 모르는 것이라 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욕구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생존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하고, 고객이나 관광객을 위한 취향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변모해 가고 있다.

올해 초 대학 교재로 사용할 케이터링(Catering)을 집필하면서 음식문화와 관광산업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다. 케이터링하면 기내식, 출장음식, 파티음식 등으로 많이 알고 있으나 사전적 의미는 ‘음식을 공급하는 업’으로써 항공산업이 발달하면서 함께 발전했다. 시작은 미국 필라델피아를 중심으로 영역을 넓혀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우리나라는 기내식으로 출발해 지금은 음식과 관련된 모든 행사에 접목돼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

음식문화는 관광의 3대 요소인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중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한 중요한 음식문화가 외부환경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점점 위축돼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불만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관광산업을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하는 것은 외화 가득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만큼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고 국가경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 중심에 있는 음식문화에 먹구름이 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중국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국내관광객으로 호황을 누렸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보도된 통계지만 입국자에 비해 해외로 출국하는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관광수입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은 원하는바가 아니다.

더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 관광객 감소 피해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사드가 배치되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잘 알고 있는 지인으로부터 안타까운 연락을 받았다. 근무하고 있는 곳에 사의를 표했다는 것이다. 그는 능력이 출중해 정년이 지나고도 자리를 지키며 자존감을 갖고 살았는데 중국관광객 감소로 객실 점유율이 많이 하락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그 뿐인가 외식업을 하는 지인은 중국과의 관계가 호전될 조짐이 없어 아예 문을 닫았다고 한다. 언짢아 할 수만은 없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길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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