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4차 산업혁명, AI, VR, 블록체인. 서서히 우리 생활을 변화시키고 있는 작금의 핫 이슈들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보다 정확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또 우리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생활, 사회, 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경제적인 삶을 추구하려 하기도 한다.

디지털시대와 함께 도래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은 경제적으로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측면에서 언급되기도 하지만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이들이 인간이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대두되는 등 명암을 달리해 해석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서점 가판대에는 4차 산업에 대한 평가와 예측을 담는 책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 중의 하나로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옥스퍼드대학에서 201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 인공지능 로봇으로부터 살아남을 직업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직업은 ‘레크레이션 치료사’다. 또 정신건강·약물남용 관리 사회복지사, 영양사, 숙박매니저, 심리학자, 정신건강 상담사 등 주로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분야가 꼽혔다. 다시 말해 입력 값으로는 추론하기 어려운 감정을 읽고 상호 교감이 필요한 심리학과 관련된 분야의 직업들이 대다수 상위에 포진됐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우리가 로봇이 가질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감성영역을 중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의 트렌드 중심에 1980~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열풍이 있다. 레트로는 옛날 상태로 돌아가거나 과거의 체제, 전통을 그리워해 본뜨려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감성적 보상을 기대하며 LP판을 구입하고, 즉석카메라, 사진프린터, 소형게임기 더 나아가 식품 패키징 등에도 레트로 테마가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됐고 옛 물건을 손쉽게 사고 팔수 있는 벼룩시장도 자주 열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동묘시장은 지드래곤 같은 유명 연예인의 방문 소식이 전해지면서 젊은이들뿐 아니라 외국인들의 관광명소가 됐다. 이와 같이 아날로그시대에 대한 우리의 향수와 익숙함은 여전히 존재하며 나름대로 공존해야 할 가치도 있다. 어쩌면 아날로그는 현재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30~40대인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고도화 사회 속에 분주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감성적 융화 등 디지털 시대가 갖지 못한 또 다른 매력을 함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서 조사한 ‘무역업계의 4차산업 혁명 대응현황 조사’ 결과를 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 경영 환경이 영향을 받고 있거나 받을 것이라는 업체의 비율이 전체 응답의 83.3%에 달했다. 또 이에 대응한 신제품 출시 및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25%), 빅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 도입(20.1%)을 가장 많이 추진 또는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사회 발전의 흐름이며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경제 현상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가는 과정 중에 필요하다면 4차 산업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융합’이라는 말처럼 옛 것으로부터 새로움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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