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봉 충북NGO센터장
[ 화요글밭]

사회문제에 대한 새롭고 유용한 대안을 찾기 위한 충북사회혁신컨퍼런스가 열렸다. 정치, 복지, 청년, 도시, 행정 영역의 사회혁신 사례가 소개됐고, 충북의 사회혁신의 문제와 과제가 재조명됐다. 사회혁신은 국가와 시장, 시민사회의 사각지대에 처한 사회적 난제와 시민적 필요(needs)를 시민사회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이다.

그동안 우리 지역사회도 다양한 사회혁신 성과를 만들어 왔다. 부도난 버스회사를 노동자들이 인수해 경영혁신과 서비스 혁신, 민주적 경영 체계 혁신으로 노동자들의 건강한 삶터로 만든 노동자 자주관리기업 우진교통이 대표적이다. 지역발전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직접 선출, 지역장기발전계획을 주민 주도로 수립했으며, 주민 의견을 수렴해 마을 무상버스 도입, 배바우작은도서관, 한글문해학교, 배바우 신문, 축제, 5일장 부활 등 지역발전계획을 실천하는 옥천 안남면의 실험도 손에 꼽을 수 있다. 택지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두꺼비 집단 서식지 보전을 위해 한국토지공사(현 LH)와 충북도, 청주시, 시민사회의 상생 협약으로 두꺼비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아파트 공동체 만들기, 마을신문인 두꺼비 신문발행, 아파트 작은도서관, 로컬푸드 협동조합 등 삭막한 아파트 숲에서 피어나는 지역공동체 모델을 만들고 있는 청주시 산남동, 고사 위기에 처한 동네서점과 지역출판사를 살리기 위해 서점, 작은도서관, 작가, 출판사, NGO, 청주시, 충북도교육청 등이 도서구입과 동네서점 이용하기 운동에 협력해 지역출판 동네서점 살리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는 상생충북 등 자랑할 만한 사례들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혁신을 핵심 국정과제로 상정하면서, 정부의 관료적 전문성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등 민간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 사회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사회의 준비와 대응력이다. 우리 지역은 시민사회의 사회혁신 실험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관행에 안주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등 혁신에 저항하는 세력도 강력히 존재한다. 제2회 사회혁신 컨퍼런스에 '도시재생과 도시다움'에 대한 김승수 전주시장의 강의는 많은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성매매업소 밀집촌을 문화적으로 재생하겠다는 목표하에 도시재생팀 현장 사무실을 만들어 근무토록 하고, 재래시장 담당 공무원을 상가번영회 사무실에서 일하게 하는 등 행정부서를 필요한 현장으로 파견하는 혁신적 시도가 소개됐다. 도시다움을 위해 재개발 매몰비용을 전주시가 지원하는 조례제정, 과감한 도로 다이어트, 도시는 엄마라는 관점에서 밥 굶은 아이를 위한 아침 도시락 배달 등도 좋은 사례였다. 중요한 것은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킨다'는 철학을 기초로, 도시는 사람을 담은 그릇이자, 기억의 총합이란 관점에서 개발과 성장의 압력을 이겨내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전주시가 문화로 관광이 되고 경제가 되는 도시재생 노력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궁금해졌다.

전주시장이 부러워한 것도 있는데, 지역 시민사회가 지역 혁신을 고민하고 집단적인 해결책을 시도하는 대규모 컨퍼런스를 만들어 내는 시민사회의 역량에 관한 것이었다. 충북은 지역의 혁신역량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이다. 문제는 지자체가 시민 스스로의 사회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제도와 인프라, 재원을 보다 과감히 지원하는 것이다. 사회혁신도 사람이 하는 것이라 사회혁신가 육성과 민·관 혁신체계 형성, 혁신 아이디어의 개방적 수용 등 민·관협력이 지속된다면 우리 지역에서도 새롭고 유용한 혁신 사례들이 다양하게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지역의 혁신사례가 폭넓게 소개되고 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컨퍼런스가 마련됐으면 한다. 혁신은 복제 가능해야 하고 시스템화 돼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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