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도입 후 민간 유도
부실 예방 등 수요자는 유리
자금 부담 등 업계는 회의적
공급감소·대형社 쏠림 우려

역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을 연일 쏟아내는 정부가 이번엔 ‘후분양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주택 건설 전체 공정이 80%에 도달한 후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제 도입이 가시화하면서 민간 건설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LH에서 공급하는 공공부문부터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 주택의 경우 자발적 참여 건설사들에게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구상 중이다. 수요자 입장에선 후분양제가 다소 유리하다. 아파트가 어느 정도 완공이 된 상태에서 분양을 신청할 수 있어 건물 외관 등을 직접 확인하고 집을 살 수 있다. 부실시공을 예방할 수 있으며 견본주택이 아닌 실제 아파트 단지의 층과 방향, 구조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 청약과열이나 분양권 전매 등 투기를 차단할 수 있고 주택 수급 불균형에 따른 혼란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80%가량 주택을 짓고 분양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완공 때까지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을 수 없다. 건설사가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결국 추가 금융비용 등으로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조합 추진사업 역시 시행사가 공사비를 자체 조달하기 때문에 만일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경우 사업을 장기간 미룰 가능성이 높다.

민간 아파트로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의 재무 능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신용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는 아파트 사업이 가능하지만, 자금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견 건설사들은 사업이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민간 아파트에도 후분양제가 의무화되면 건설사가 선분양과 비교해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주택건설자금이 연평균 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 주택 분양가도 최대 7% 정도 오르고, 연간 10만 가구 이상 주택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최근 수행한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 최종 연구보고서에는 국토부의 장기주택종합계획에 따라 2022년까지 연평균 38만 6600가구를 건설할 경우 건축공정 80%에서 후분양을 하면 주택건설사가 추가로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연평균 35조 4000억∼47조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는 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이 없지만, 중견 건설사의 경우 막대한 공사비를 조달할 곳이 없어 사업 추진이 힘들 것”이라며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에 대형 건설사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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