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창호 전 부여군 부군수
[시선]

이제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 됐다.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하는데 많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집집마다 자동차 없는 집이 거의 없고, 어느 집은 직장을 가진 식구마다 자동차를 가지고 있다. 아파트도 주차가 용이한 아파트를 선호한다.

추석이나 설날 같은 민족고유의 명절 때 민족 대이동의 주된 수단도 자동차다. 이례적으로 연휴기간이 10일이나 되었던 올 추석을 전후해서도 귀성할 때나 귀경 시의 자동차 이동 행렬이 엄청났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안전을 도모하고 편리함을 제공해 주는 것이 도로표지판과 교통안내 표지판이다. 먼 길을 갈 때 이정표 역할도 하고, 운전자가 과속을 하지 않도록 도로의 제한속도를 알려 주기도 한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보면 길을 잘못 들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 때도 있고, 도로 구조상 부득이 U턴을 해야만 방향전환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어떤 교통신호일 때 U턴을 할 수 있는가를 별도 표지로 알려주고 있는데, 도로 사정에 따라 표기 유형이 다양하다.

필자가 운전할 때 본 U턴 할 수 있는 경우의 표지를 몇 가지 들어본다. 좌회전시, 직좌시, 적색 및 좌회전시, 적색 및 보행시, 보행 및 직좌시. 보행 및 좌회전시 등등이다. 그런데 여려 표지 중에서 '보행 및 직좌시'와 '보행 및 좌회전시'는 표기가 잘못된 경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보행신호와 동시에 차량진행 신호가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바로 앞 건널목을 사람들이 건너고 있는데 차량이 직진이든 좌회전이든 진행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실제 상황에서도 보행신호와 직좌 신호가 동시에 떨어지거나, 보행 신호와 좌회전 신호가 동시에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실제로는 두 신호가 시차를 두고 각각 떨어지는데, 두 신호가 같이 떨어지면 U턴을 하라는 뜻의 표지판이 잘못 됐을 뿐이다. 따라서 '보행 및 직좌시'는 '보행 또는 직좌시'나 '보행이나 직좌시'로 표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 '보행 및 좌회전시'도 같은 방식으로 바로 잡아야 옳다. 장소에 따라서는 '직좌 및 보행시'로 표기한 곳도 있는데, 이 경우도 'A 또는 B'나, A나 B 방식으로 표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 또 차량을 운행하다 보면 '사고 많은 곳'이나 '사고 많이 나는 곳'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는데, 이의 경우도 '사고 잦은 곳'이나 '사고 자주 나는 곳'으로 표기해야 옳을 것이다. 사고는 많거나 적음을 나타내는 양(量)이 아니라, 자주인가 드믄가의 빈도(頻度)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잘못 진입했을 때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전에 되돌아 나올 수 있는 길을 '회차로'로 표기한 경우가 있는데, '되돌아가는 길'이나 '돌아가는 길'로 표기하면 어떨까.

도로 표지판이나 교통안내 표지판이 잘못 표기된 경우도 마땅히 바로 잡아야 하지만, 설령 표지판의 표기에 잘못은 없다 할지라도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 경우는 보다 알기 쉽게 표기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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