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10〉말할수 있다면-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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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희 씨가 아들 승준이에게 석션을 해주기 위해 얼굴을 만지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언제쯤이면 내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 대전에 살고 있는 황선희(가명·46) 씨는 지금껏 아들 승준(가명·15)이의 목소리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승준이는 위에 관을 삽입하고 인공호흡기를 몸에서 한 시도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생후 백일이 지나서도 목을 가누지 못했던 승준이는 7개월이 되던 날 호흡이 가빠지는 응급상황이 발생해 대학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떼어낸 조직을 미국으로 보내 정밀 진단한 결과 승준이는 폼페병을 앓고 있었다.

폼페병은 염색체 이상에 따른 대사증후군이다. 근육에 글리코겐이 축적돼 근력이 감소하고 근육이 위축되며 호흡부전과 심근병증이 나타난다.

현재 국내 등록돼 있는 환자가 15명 안팎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다. 승준이는 그중에서도 국내 폼페병 치료를 받게 된 첫번째 환자였다.

보기 드문 병이다보니 가장 중요한 약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치료약이라고는 미국에서 진행하던 임상실험약 밖에 없던 것. 그마저도 받게 된 것은 FTA승인부터 세관통과까지 병을 안지 9개월가량이 지난 시점에서였다. 단 며칠만이라도 약을 빨리 받아 치료했더라면 승준이는 조금이나마 더 나아졌을까.

어머니 선희 씨는 마치 내 탓인 것만 같은 괴로움에 아직도 잠을 설치기 일쑤다. 혼자 힘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승준이는 늘 침대에 누워있다. 선희 씨는 그런 승준이의 곁을 계속 지키면서 작은 관을 기도로 넣어 가래를 빼는 석션이나 마사지를 수시로 해주고 있다. 엄마로서 승준이에게 필요한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선희 씨지만 사정은 그의 마음처럼 여의치가 않다. 일주일에 두번 정부지원이 되는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전부다.

선희 씨는 “언어나 감각 등 아이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게 정말 많은데 형편상 해주는 것은 아주 일부분에 그친다”고 말했다.

선희 씨는 한때 처음 좌절도, 누군가를 원망도 해봤지만 이제는 그저 승준이가 살아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단지 그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더 빨리 알아 제때 치료해줄 수 있는 것.

선희 씨는 “어디가 불편하다고 말을 하면 좋을텐데 승준이가 소리를 못내다보니까 아무런 표현을 못한다”며 “현재로서는 아이 얼굴빛을 보고 아픈 곳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전부다. 아프다는 말이라도 들어볼 수 있도록 인공호흡기를 떼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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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자 1면에 2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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