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공주대학교 객원교수
[시선]

최근, 북한 외무상의 태평양상에서 수소폭탄 실험도 할 수 있다는 발언 직후,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를 포함한 미전투기가 NLL(북방한계선)를 넘어 휴전선 최북방 공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그것도 미 태평양사령부가 아닌 미 국방부의 직접, 발표였다. 이는 한일 공군이 빠진 미국의 첫 작전이며, 미 단독 군사옵션이 언제든 열려있다는 메시지로 확인된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미 전략자산을 쓸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우리와 관계없이 미군이 얼마든지 군사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고 보면 문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이미, 미 NBC 방송은 미 정부가 한·일의 독자적 핵무장, 전술핵 재배치 등의 공격적인 대북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때부터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하던 오바마 정부와는 처음부터 입장이 달랐다.

이러한 시기, 그 같은 주장과 입장의 변화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여야 할까?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고 또, 그 때까지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실적인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선 전술핵 재배치 찬성 응답이 68%였다. 핵은 핵으로만 억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냉전시대 미·소의 핵과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는 우리의 생존문제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의 중국의 사드문제를 놓고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매우 크다. 새정부 출범 후 '사드반입 보고누락'이 충격적이라며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을 끌어 중국의 환심을 사려고 했던 결과 오히려 미국의 배신감을 키웠고, 중국은 '더 세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오판을 하게 만들었다는 일부의 평가들도 사실인 듯 보인다. 나라의 방어무기 하나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고 서로 싸워야 하는지, 왜 외국의 개입에 대해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지 국가의 총체적 실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91년 이전에는 한국엔 핵(미군 전술핵)이 있었고, 북에는 핵이 없었다. 92년 1월 1일 신문 1면을 보면 '남북 비핵선언 완전 타결'이 머릿기사였다. 노태우 대통령에 이어 김영삼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고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우리에게도 새 날이 밝아왔다. 분단과 적대에 종지부를 찍고 새 전기를 여는 시점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러나 93년 북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자 일본은 재빨리 미사일 방어망 구축에 들어갔다.

수난의 민족사를 알고도 북에 대한 무지와 환상의 결과였다. 지금은 안보사변을 걱정하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9월 19일 유엔 총회에서 트럼프의 '북한 완전 파괴'가 시사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의 정책기조다. 트럼프, 김정은의 막말 전쟁에도 미·북 간 물밑에선 다음 단계의 모색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이제, 언젠가 하게 될 미·북 간 대화와 미·중 간의 거래도 상정해야 한다. 비핵화처럼 비현실적 목표보다는 우발적 전쟁을 막고, 무력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특단의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진정, 워싱턴의 물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은 우리와 상관없이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평창동계올림픽에 유럽 일부 국가들의 불참소식을 접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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