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표트르 대제·지식의 사회사·인간의 살림살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표트르 대제 = 린지 휴스 지음. 김혜란 옮김.

러시아 사상 처음으로 해군을 창설해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세운 황제. 신장이 2m에 달하는 거구로 술을 강권했지만, 동물을 사랑하고 바퀴벌레를 무서워했던 권력자.

표트르 1세(1672∼1725)는 '대제'(大帝)로 불릴 만큼 러시아에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는 복식 정비, 신식 군대 개설, 신문 발행 등 다양한 개혁 정책을 펼치면서 러시아 근대화의 기초를 놓았다.

러시아사를 전공한 저자는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표트르 1세의 삶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그는 정치사적 관점에서 표트르 1세가 개혁의 성과를 어느 정도 거뒀지만, 소작농 위주의 전제정치를 바꾸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표트르 1세와 장남 알렉세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표트르 1세는 알렉세이를 낳은 부인을 수녀원에 유폐했고, 이로 인해 알렉세이는 아버지와에게 부담을 느꼈다. 결국 표트르 1세는 오스트리아로 망명했다가 돌아온 알렉세이를 심문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

저자는 표트르 1세에 대해 "극적인 사생활과 기이한 사건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다"며 "그의 폭음, 상스러운 행동과 폭력 등은 직무에 전념해 업적으로 결실을 본 그의 다른 생애와 공존했다"고 평가한다.

모노그래프. 652쪽. 3만2천원.

▲ 지식의 사회사 1·2 = 피터 버크 지음. 박광식 옮김.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 인쇄술을 발명한 1450년께부터 집단지성 형태의 백과사전인 '위키백과'가 나온 오늘날까지 지식의 발전 과정을 정리했다.

1천300명이 넘는 지식인과 사상가들이 지식을 집적하고 분류하고 활용하기 위해 벌였던 활동을 집대성했다. 이를 통해 중세시대 유럽에서 지식인이 어떤 집단이었는지, 근대에 도서관과 백과사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인류의 지식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표준화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만 지식의 역사를 서양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점이 아쉽다.

저자인 피터 버크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페르낭 브로델을 잇는 문화사 연구자로 평가받는다. 1권은 지난 2006년 국내에서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바 있다.

민음사. 1권 420쪽, 2만1천원. 2권 564쪽, 2만5천원.

▲ 인간의 살림살이 = 칼 폴라니 지음. 이병천·나익주 옮김.

산업혁명이 인간과 자연의 상품화를 이끌었다고 주장한 칼 폴라니(1886∼1964)의 유고집. 원서는 1977년 발간됐다.

저자는 이 책에서도 시장의 폭력적 행태에 대해 비판한다. 그는 기존의 경제학을 희소성과 효율적 선택을 강요하는 '형식적 경제학'으로 규정하면서 사회적 자유와 연대, 정의를 추구하는 '실체적 경제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우리 시대에는 시장경제를 약 3천 년에 걸친 서구사회 발전의 자연적 도달점으로 간주하고 싶어 하는 유혹이 엄청나게 강하다"며 "근대의 시장경제는 기원으로부터 성장해 온 과정의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후마니타스. 640쪽. 3만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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