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서울 구로구와 프랑스 이시-레-물리노 시가 공동주최하는 '2017 프랑스 문화축제' 개막식. 주먹쥐고 '파이팅' 구호 대신에 손가락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부드럽고 문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경제력과 상승된 위상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매너랄까 품위 있고 격조 높은 정격예절에서 한참 멀리 있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특히 지도층들의 생각 없는 언행을 지속적으로 질타하며 대안을 제시하는 신성대(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선생이 신간 '나는 대한민국이 아프다'를 펴냈다.

'품격경영', '자기 가치를 높이는 럭셔리 매너'에 이어 내놓은 400쪽짜리 묵직한 저서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가 그토록 오래 선진국 문턱 앞에서 맴도는 이유를 조목조목 논증하고 주인의식이 결핍된 이기적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원인임을 격정적인 사자후로 토로한다.

특히 6장 '주먹질· 삿대질이 부끄러운 줄 모르는 한국인들'에서 "허구한 날 떼거리 주먹질에 삿대질까지! 노비국의 숙명인가? 스스로 해방되지도 못했고, 스스로 나라를 지키지도 못했던 민족의 수치심에 대한 변태적 반발인가? 세계인들에게 우린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이어서 맨주먹으로 싸울 수밖에 없었노라 변명하고, 또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가? 한데 왜 주먹질은 무리를 지었을 때만 하는가?"라고 이즈음 우리 사회에서 널리 행해지는 기념촬영에서 주먹을 쥐는 '파이팅' 포즈를 비판한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주먹질이 통용되는 나라가 일본, 북한 그리고 우리나라라고 규정하고 일본은 군국주의 유산으로 정계와 노동계에서 투쟁을 외칠 때 선동자세로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달리 주먹을 쥐고 팔을 앞으로 쭉 뻗는 자세라는데 명확하게 투쟁의 용도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전의를 다지며 격렬한 구호를 외칠 때 주먹질은 필수행동.

단합을 강조하는 밝고 유쾌한 자리에서 왜 주먹을 쥐어야만 할까. 기념사진 찍을 때 주먹과 팔뚝으로 '파이팅'을 나타내는 나라가 없을진대 보다 품격 있고 유연한 국민 제스처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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