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박병희 충남도 농정국장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산은 조금씩 붉은 빛깔 옷으로 갈아입고, 들녘은 노란 물결을 일으키며 결실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축산인들은 가을의 넉넉함과 여유를 만끽하기보단 선선한 바람 뒤에 찾아올지도 모를 '혼란'에 걱정이 앞장선다. 바로 AI와 구제역 때문이다.

AI의 경우, 지난해 11월 23일 아산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올해 4월까지 총 64건이 발생하며 741만수의 가금류를 살처분 했다. 이에 따른 보상금은 780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악의 피해였다.

지난 겨울 AI는 특히 예전과 달라 동일 기간 내에 두 가지 유형(H5N6, H5N8)이 동시에 발생, 그 피해가 더욱 컸고, 방역 활동에도 어려움이 가중됐다. 소중하게 키워 온 가축을 땅에 묻어야만 했던 농민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 이 지면을 빌려 충남농정을 책임지는 한 사람으로서 마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구제역은 지난해 3월 발생 이후 현재까지 추가 발생은 없는 상황이다. 올해 2월 우리 도와 인접한 3개 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우리 지역은 긴장감이 컸으나, 민관이 방역에 매진한 결과 막아낼 수 있었다. 현재 AI는 전국적으로 이동제한이 해제됐으며, 구제역도 1년 6개월 이상 잠잠한 상태다.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바이러스가 잔존해 있을 수 있으며, 해외로부터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도에서는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특별방역기간을 금년엔 1개월 앞당겨 시작했다. 내년 5월 31일까지 9개월 동안 AI·구제역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해 상황실을 운영하며, 각종 대책을 추진한다.

철저한 방역 다짐을 위해 도와 시·군. 읍·면·동 방역·재난 담당 공무원, 수의사회, 농·축협 관계자 등 2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방역 대토론회 및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워크숍에서는 농가별 전담 공무원에게 특별 방역 관리 수첩을 제작·보급해 책임방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 지난 13일에는 도내 모든 축산농가와 도축장·집유장·사료공장·축산분뇨처리업소 등 축산 관련 시설, 과거 발생지·가축 사육 밀집지·철새도래지 등 취약 지역을 대상으로 일제 소독을 실시하고, 방역 추진 상황도 중점 점검했다. 필자 역시 일제 소독에 참여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방역 활동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고 AI와 구제역을 이겨 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10월부터는 방역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도 축산과 내 동물방역추진단을 신설하고, 내년 1월부터 정식으로 동물 방역 전담부서를 신설·운영한다. 또 동절기 대비 취약 지역 일제검사, 구제역 백신 일제접종 등의 특별방역대책도 적기에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방역을 강화하고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축산농가의 공감과 참여, 적극적인 협조에 있다. 농가에서는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방역 활동에 매진하고, 각 기관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다면 AI·구제역 없는 겨울을 보내는 것도 가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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