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근 대전문학관장
[목요세평]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게다가 올 추석은 황금연휴가 열흘이나 계속되는 가슴 설레는 명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마음은 그렇게 신명나고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여 미국이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누구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문명은 발달하고 인간은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졌지만, 세계는 더 불안하고 진정한 행복지수는 오히려 더 낮아진 것 같다. 왜 그럴까? 물질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실은,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게 나온 나라는 국민소득이 6500달러도 안 되는 중남미의 코스타리카이고, 미국은 114위, 대한민국은 68위라는 몇 년 전의 조사가 이를 입증한다.

알렉산더 대왕과 거지 철인 디오게네스의 일화는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를 시사한다.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은 인도를 정벌하러 가는 길에 디오게네스를 찾는다. 알렉산더는 햇볕을 즐기고 있는 디오게네스 앞에 서서 "소원을 들어줄 테니 한 가지만 말하라"고 한다. 그러자 디오게네스는 "햇볕이 가리니 옆으로 한 걸음만 비켜서 달라"고 말했고, 그 말에 알렉산더는 처음으로 열등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번에는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에게 묻는다. "지금 어디를 가는 길이냐?"고. 알렉산더가 "인도를 정벌하러 간다"고 대답하자 디오게네스가 "그 후에는 무엇을 할 것이냐?"고 또 묻는다. "편히 쉴 것이다." 라는 알렉산더의 대답에 디오게네스는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편히 쉬고 있네."라고 미소를 지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욕망은 곧잘 이성적인 판단을 흐려놓는다. 한 생각만 바꾸면, 사고의 전환만 하면, 어려운 험로의 회랑을 돌지 않아도 지금 이룰 수 있는 것을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가 살았다. 그런데 욕심이 많고 인색한 그를 마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어느 날, 부자가 지혜롭기로 소문이 난 노인을 찾아가서 물었다. "어르신, 마을 사람들에게 제가 죽은 뒤에 전 재산을 불쌍한 이웃들에게 나눠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도 사람들은 아직도 저를 구두쇠라고 미워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노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어느 마을에 돼지가 젖소를 찾아가 하소연을 했다네. 너는 우유만 주는데도 사람들의 귀여움을 받는데, 나는 내 목숨을 다 바쳐 모든 것을 사람들에게 주는데도 왜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거지? 하고.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젖소가 '나는 비록 작은 것일지라도 살아 있는 동안 해주지만, 너는 죽은 뒤에 해주기 때문일 거야.'라고 대답했다네."

이러한 예화들은 파멸의 위험을 무릅쓰고 꼭 핵무장으로만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겠다는 북한 김정은이 듣고 숙고해야 할 이야기이다. 지금 당장, 열려 있는 대화의 장에 나와 북한의 체제보장과 번영의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파멸의 벼랑 끝에 서려는 것인가!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 더욱이 동족상잔의 비극은 어떤 상황에도 용납될 수 없다.

한가위에 뜨는 한반도의 달은 두 개가 아니다. 남과 북은 마음의 쉼표를 찍고, 한가위의 밝은 달을 바라보며, 한반도의 번영과 공생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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