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수요광장]

봄은 향기로 오고, 가을은 소리로 온다더니 벌써 단풍드는 소리가 요란하다. 올 추석 연휴에 110만명이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소식이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며칠 후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매년 9~10월에 척추질환과 관절염 진료환자가 평소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하고, 홧병 환자도 급증한다고 한다. 한가위가 남편에게는 한가하고 아내에게는 가위눌리는 날이라는 우스개소리가 허투루 나온 게 아닌 듯 하다.

예전 추석은 설레임으로 왔다. 부모 친지를 만나고 모처럼 고향에 간다는 설레임, 그래서 전쟁 같다는 귀성행렬도 힘든 줄 몰랐다. 그러나 추석 풍경도 많이 변했다.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바일 성묘와 차례로 대신하고 차례음식도 배달로 해결하는 시대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추석연휴가 가족이 모이는 날이기 보다 쉴 수 있는 연휴로 인식돼 간다.

휘게의 나라 덴마크와 같은 선진국에서는 국민의 행복도가 20대 이후 감소하다가 60대가 되면 상승하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나이 들면서 행복도가 추락한다고 한다. 노후불안이 원인이다. 소득이 일정수준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게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니버섬이 전 세계 57개국 20만명의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의 행복지수가 49위로 조사됐다. 일과 일상생활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한국인에게 행복의 조건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건강이라고 답하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건강이 행복의 조건이라기 보다 행복한 삶이 건강을 지켜주는 원천임이 밝혀졌다.

행복도 연습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이 건강해 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운동을 숙제처럼 하면 병이 된다는 전문가의 충고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운동이 건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어야 하는데 뒤바뀌다 보니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이 피곤한 인생의 숙제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행복의 3요소는 일과 인간관계, 그리고 취미와 휴식을 즐기는 여가라고 한다. 사람의 뇌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소에 유지했던 ‘익숙한 상태’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알콜 중독에 빠진 뇌는 술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술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아도 익숙해진 감정을 계속 느끼려 한다는 것이다.

올 추석, 열흘간의 황금연휴를 행복하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대전예술의전당이나 시립미술관, 우암사적 공원을 가보시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뮤지컬 ‘캣츠’가 새로워진 내용으로 연휴기간 내내 공연되고, 시립미술관에서는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전 ‘헬로우시티’를 비롯, 아티스트 프로젝트 팝업랩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우암사적 공원과 남간정사 등에서 열리는 야행프로그램 ‘밤드리 노니다가’는 가족과 함께 가을밤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밭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허브향은 한적하게 힐링하기에 그만이고, 대전 오월드에서는 카니발퍼레이드, 국화대축제 등 추석특집 이벤트가 열리며 엑스포 시민광장에서는 연휴 내내 영화가 상영된다. 또 엑스포 과학공원의 야간 분수쇼와 엑스포 다리의 야간경관도 볼거리를 제공한다. 연휴 막바지에는 계족산 황톳길과 대청호 오백리길, 청남대도 가볼 수 있는 시티투어가 운행하며, 계족산 맨발트레킹에 이어지는 숲속 음악회는 가족단위로 연휴를 즐길 수 있는 멋진 추억거리를 선사할 것이다.

사람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데 유전적 요인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생활환경과 삶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었지만 시간 속에 삶의 의미를 넣는 법은 상실했고, 여가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는 우리 시대의 역설처럼 분주하게 사느라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잠시 자신을 돌아보며 진정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는 한가위 연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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