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이들을 데리러 시골집에 왔다. '다음에 또 올게요', 하면서 할머니를 뒤로 한 채 모두 훌쩍 떠나버렸다. 홀가분하면서도 허전하고 그립다. 아이들이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걸려올 것 같아 할머니는 목을 길게 빼고 수화기만 바라본다".

어르신 한글백일장 시상식에서 한 어르신이 시골집에 놀러온 손주를 보내며 외로워 하는 마음이 담긴 수필부문 대상작 중의 일부 내용이다.

논산시는 지난 22일 논산시 국민체육센터서 '2017 어르신 한글 백일장 시상식'에서 수상작을 발표하고 시상했다. 이날 시상식은 지난 1일 실시된 어르신 한글백일장에서 글쓰기와 시화, 수필 세부문으로 나눠 실시된 각 작품들을 심사해 이뤄졌다. 글씨쓰기 부문 대상은 강중모 어르신이, 시화 부문은 윤정순 어르신, 수필 부문은 김분례 어르신이 차지했으며, 특히, 이날 최고령 수상자인 이태희(101) 할머니가 100세 행복상을 수상해 행사의 의미를 더욱 값지게 했다.

아흔이 넘어 백발이 되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눈물이 쏟아진다는 사연부터 달맞이 꽃을 보며 인생을 회고하는 사연, 시골집에 놀러온 손주를 보내며 외로워 하는 사연 등 가족과 친구, 사랑을 주제로 다양한 사연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같이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긴 세월 쌓아온 깨달음과 감동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한 것은 한글대학이다. 논산시는 지난 3월 마을로 찾아가는 '2017 어르신 한글대학 입학식'을 갖고 15개 읍·면·동 총109개 마을 130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길을 제공했다. 사회양극화와 개인주의로 무너져가는 마을공동체를 재건하기 위해 '따뜻한 공동체 동고동락(同苦同樂)'의 일환이다. 함께 고통을 나누면 반으로 줄고 기쁨은 배가 된다는 황명선 시장의 시정철학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시상식은 한글대학에서 얻어진 값진 결과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수 있겠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시골의 인구 중 60대는 10명 중 4명이, 70대는 10명 중 7명이, 80대는 10명 중 8명이 글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한국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피폐해진 경제여건으로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했던 어르신들이 한글교육을 통해 일궈낸 각 분야의 수상작은 그 어느 유명 작가의 작품보다 소중하고 값진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논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행복공동체 동고동락(同苦同樂), 이를 토대로 실시하고 있는 어르신 한글대학, 어르신들의 한글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대한민국 최고의 복지도시, 대한민국 최고의 어르신이 행복한 도시로 확고하게 자리잡아가길 기대해 본다. 김흥준·충남본부 논산담당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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