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운규 ETRI 기술창업실 연구원
[젊은과학포럼]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현재를 명확하게 정의하기가 쉽지 않기에, 정말 그러한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다만, 일상에서 체감하는 빠른 속도의 기술 변화는 우리가 급속한 혁신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을 공감하게 한다. 분명 우리는 지금 3차와 4차 산업혁명의 경계에서 가까운 미래를 경험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가 거듭될 때마다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이 태어났다. 농업에서 공업으로, 공업에서 정보통신업으로 중심축이 옮겨질 때마다 그 대표 기업은 변경되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8대 기업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 명확하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제조업을 기반하고 있는 8대 기업은 애플과 삼성뿐이다. 어떤 제조 기반도 갖추지 않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이 세계 8대 기업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어느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예상할 수 없는 기업의 시작, 우리는 과거에 그것을 ‘벤처(모험)’이라 불렀다. 그리고 지금은 좀 더 가볍게 ‘스타트업’이라 부르고 있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보강되며,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의 탄생은 전 세계적인 스타트업 쓰나미를 불러왔다. 미국, 유럽, 중국에서 이제는 일본에 이르기까지 스타트업만의 특성을 통해 다양한 경제적 이윤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스타트업이 4차 산업혁명을 시작하고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벤처의 명암을 경험한 우리는 "모험=위험"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실패에 대한 상처가 깊게 남아있고, 내가 하지 않을뿐더러 남이 하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이른 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유교 문화에 더해진 벤처버블의 아픔은 쉽게 씻어내기 어려웠고, 이는 다음세대에게도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하고, 혁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나섰다. 다양한 교육과 지원 사업을 기초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년간의 계속적인 노력으로, 민간의 투자가 점차 활력을 얻었다. 누구나에게 쉽고 가벼운 스타트업이라는 의미에서 양(量)적인 성장이 거듭되었다. 긍정적인 신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만한 이들의 도전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른바 전문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석·박사 창업은 전체 창업 비율의 13.6%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40%에 비해 1/3 수준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질(質) 좋은 스타트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씨앗이 중요하다. 기술 전문성을 가진 기업가 씨앗이 필요하다. 필자가 근무하는 곳은 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술을 연구하는 한국의 대표 IT연구기관이다. 2000여명의 석·박사급 인력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아직 스타트업은 남의 일에 불과하다. 선배 연구원들의 무너짐을 간접 경험한 쓰라린 아픔이 남아서일까, 매년 5명 남짓의 소수 연구원만이 스타트업에 대한 문을 두드린다. 비단 우리 연구기관만이 아닌 모든 기관의 현실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질 좋은 스타트업의 시작을 연구기관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연구원이 스타트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보다 집중된 정책이 요구되는 바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연구원이 스타트업을 수단으로 본인의 연구를 세상에 펼치고, 현실의 삶에서 그 성과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