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용 드라마? 결국은 사람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

▲ [ABC 제공]
▲ [ABC 제공]
▲ [ABC 제공]
▲ [ABC 제공]
"설마설마했습니다. 정말 성사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진입장벽도 높고 중간에 한번 엎어지기도 해서 잊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만들어졌으니 너무 좋죠. 그런데 사실 좋다기보다 신기할 따름입니다. 너무 신기해요."

드라마 '굿닥터'의 박재범 작가는 24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굿닥터'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방송사 프라임 시즌, 프라임 타임에 '더 굿 닥터'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편성됐다. 25일(현지시간) 밤 10시(동부, 서부) 지상파 ABC 방송을 통해 첫선을 보인다. 원작자로서도 '신기'한 느낌이 들 듯하다.

박 작가는 "로스앤젤레스(LA)에 계시는 지인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현지에서 '더 굿 닥터' 홍보가 엄청 많이 되고 있다고 한다"며 "작가와 주인공이 워낙 유명한 분들이라 현지에서도 기대가 큰 듯하다"고 말했다.

◇ "환자가 자폐면 뻔한 이야기"…서번트 증후군 소아과 의사

'굿닥터'는 박 작가가 쓰고, 주원과 문채원이 주연을 맡아 2013년 KBS 2TV를 통해 방송돼 히트한 드라마다. 자폐증을 앓는 의사의 이야기다. 주인공 박시온은 자폐 3급과 서번트 증후군 진단을 받은 인물로, 천재적인 암기력과 공간지각능력 등을 통해 소아과 의사가 된다. 드라마는 그가 장애를 극복하면서 의사로서, 인간으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온갖 종류의 메디컬 드라마가 쏟아지는 미국에서도 장애가 있는 의사의 이야기는 새로운 소재였다.

"저도 미국 제작자에게 몇 번이고 물었어요. 정말 이런 소재가 없었느냐고요. 그런데 미국에서 진짜 없었다네요. 장애인이 환자로는 많이 등장했지만 의사를 그렇게 설정한 경우는 없었고 그래서 눈에 띈 것 같아요."

현재 11살, 6살 두 아이의 아빠인 박 작가는 "자식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다니면서 소아병동 환아들, 자폐아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작인 '신의 퀴즈'를 하면서 희귀병을 다뤄오기도 해서 자폐아에 대해 별도로 공부했어요. 의학드라마로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고 그와 별개로 자폐아 케이스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또 제가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닌데, 약간의 소명 의식으로 공부를 한 측면도 있어요.(웃음) 드라마적으로 어떻게 녹일까 생각하다가 환자가 자폐면 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자폐아가 성장해서 의사가 되는 이야기를 구상했습니다. 서번트 환자 중에 과학자들은 있으니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의사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적인 시선에서 썼습니다."

박 작가는 "물론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 더 조심스럽긴 하지만 의학과 약이 좀 더 발전되면 서번트 환자가 의사가 되는 일이 어느 정도 가능치를 가질 수 있다고 봤기에 이 이야기가 판타지나 SF는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 "사람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에 충실해야"

'더 굿 닥터'는 인기 미드 '하우스'의 작가이자 미국 작가협회장을 맡은 데이비드 쇼어가 각색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 '아더와 미니모이'로 인기를 얻은 아역 출신 배우 프레디 하이모어가 주연을 맡으면서 큰 기대작이 됐다.

박 작가는 "데이비드 쇼어 작가가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각색이 잘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저보다 훨씬 내공이 출중하신 분이고 워낙 잘 쓰는 분이라 원작이 훼손될까 어쩔까에 대한 걱정은 바로 접었습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니까 멜로 대신 의학적 케이스 부분을 더 살린 것 같긴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한국은 멜로를 좋아하지만 미국은 의학드라마에서는 질병에 집중하니까요. 멜로 정도를 제외하고는 원작을 많이 살린 것 같았습니다."

그는 프레디 하이모어에 대해서도 "아역 시절부터 연기를 너무 잘해 주목해왔다"며 "프레디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그 배우라면 충분히 잘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기대했다.

'굿닥터'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류 드라마'의 조건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박 작가는 "한류용 드라마가 따로 있겠느냐. 그런 생각으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굿닥터'를 쓸 때 그게 미국에서 리메이크될 것이라고 제가 생각했겠습니까. 그냥 사람에 대한 상식적인 이야기를 충실하게 따라가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 구성을 '쫀쫀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 시장만의 특성은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장르적으로 특화되면서도 공감을 얻는 이야기, 가족이나 마이너리티에 대한 환기, 인간애가 녹아있고 성장 스토리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이건 이론이지 실제는 달라요.(웃음) 이런 요소를 다 넣어서 작업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거든요."

'더 굿 닥터'의 탄생으로 원작자인 박 작가가 얼마나 벌었는지도 관심사다.

박 작가는 "미국에서는 시즌 한편 가지고는 돈을 못 벌고 시즌이 계속돼야 돈을 번다"면서 "현재는 금전적인 부분보다는 명예를 얻은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리메이크가 성사되기까지 제작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분들 덕을 제가 보는 것입니다. 저는 운이 좋았죠. '더 굿 닥터'가 잘돼서 한국 드라마에 좋은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pretty@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