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혈압·골반 근육 등 여성 신체 변화에 따라 위험도 증가
의료계 "무조건 치료 시작하지 말고, 전문가 조언 듣는 게 바람직" 강조

▲ [제일병원 제공=연합뉴스]
▲ [제일병원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10월부터 난임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여성 기준을 만 44세 이하로 제한한 점에 대해 차별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 고령 여성의 난임 시술이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와 주목된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난임치료가 건강보험 항목으로 포함된 것은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난임치료는 위험도가 큰 만큼 시술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가 공동 발표한 고위험 산모 기준을 보면 첫 번째 항목으로 '산모의 나이가 19세 이하이거나, 35세 이상인 경우'란 내용이 들어있을 정도로 여성의 연령과 임신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의학적으로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보통 35세를 전후로 '고위험 산모'로 분류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당뇨 등 다른 질환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골반 주변 근육 등의 변화로 난임치료와 출산 과정이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어렵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조사한 '2015 출산력 결과'를 보면 난임을 겪었던 여성 비율이 초혼 연령을 기준으로 했을 때 35세 이상(27.5%), 30∼34세(18%), 25∼29세(13.1%), 24세 이하(9.5%) 순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은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을 호소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나이가 많은 여성일수록 임신이 쉽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고령 난임치료 위험도가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난임 발생 원인은 남성적인 요인(40%)과 여성적인 요인(40%)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나머지 20%는 아직 현대 의학으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먼저 남성적인 요인으로는 ▲ 정자는 있으나 정자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 ▲ 정자가 정상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정자가 지나가는 통로가 막힌 경우 ▲ 고환 자체에서 정자생성 장애가 있는 경우 등이 있다.

여성적인 요인으로는 ▲ 호르몬 이상에 의한 배란장애(다낭성난소증후군·난소기능저하 등) ▲ 수정이나 배아 착상을 방해하는 자궁 및 나팔관 문제 ▲ 정자의 자궁 내 이동을 저해하는 자궁경부 요인 등이 지목되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의학기술의 발달로 난임치료도 예전보다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령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난임치료부터 시작하는 행동은 옳지 않다"며 "병원을 방문해 난임에 대한 정확한 원인 분석을 받고, 개인별 몸 상태에 따른 적절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난임치료를 위한 남성 검사는 정액 검사를 기본으로 시행하는데 2∼3일간 금욕 후 정액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채취한 정액으로 정액의 양·농도·정자 운동성 및 모양 검사를 시행해 정상 여부를 판단한다.

정액 검사 결과, 비정상인 경우 내분비 호르몬 혈액검사·염색체 검사·고환조직검사 등이 추가로 이뤄진다.

여성의 난임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는 혈액검사(난소 기능과 배란에 관여하는 호르몬 상태 분석)·초음파 검사(자궁의 모양과 난소 상태 확인)·자궁 난관 조영술(자궁과 난관의 구조 분석)을 비롯해 기초체온검사, 자궁 내막 검사, 복강경 검사 등이 시행된다.

박찬우 제일병원 난임생식내분과 교수는 "부부가 정상 성생활 후 피임하지 않는 상태에서 1년 정도 임신이 안 되면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때 부부가 함께 병원을 방문하는 게 진단의 정확성 및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난임치료는 기간, 원인, 그리고 임신을 하고자 하는 부부의 의지 정도에 따라 전문의와 상담 후 각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남성의 정자 수 감소, 운동성 저하 등이 문제일 경우 호르몬제·항산화제를 사용하는 약물치료가 시작되고, 정자의 질 저하 원인이 되는 혈관을 제거하는 정계정맥교정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그 외 정자의 통로가 막힌 경우에는 통로를 확보하는 현미경 교정술이 이뤄진다.

여성의 난임치료는 약물치료·수술·인공수정·체외수정(시험관아기) 등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 중 시험관아기 시술은 과배란을 유도해 자란 여러 개의 난자를 전신마취 상태에서 채취하고, 난자 채취 시술 당일 남편의 정자를 받아 수정시켜 몸 밖에서 배양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해주는 수술법이다.

이런 시험관아기 시술은 그동안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치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 왔는데 내달부터 본인부담금 30%(23만∼57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다만 모든 시험관아기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게 아니라 만44세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최대 7회(신선 배아 4회·동결 배아 3회)만 받을 수 있으므로 관련 기준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서주태 제일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결혼 후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남성이 먼저 검사를 받는 게 절차적·경제적 측면에서 옳다"며 "조급함 때문에 자연임신을 시도하려는 과정을 생략한 채 바로 시험관아기를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밀진단을 통해 난임 원인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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