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 일의 재활…"이제 아프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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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김민우(22·한화 이글스)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글을 봤다.

하지만 '발끈'하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히 1군에 오니, 팬들께서 반응해주신다"며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밝은 표정의 김민우를 보며 이상군(55) 한화 감독대행은 "마운드 위에서 웃으며 던지는 모습을 봤다. 참 대견하고 고맙다"고 했다.

한화는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김민우를 보며 다시 희망을 품는다.

김민우도 21일 "올해보다는 내년, 내년보다는 내후년에 더 잘하는 투수가 되겠다"고 했다.

500여 일의 긴 재활을 마친 김민우는 지금, 1군에 있다.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민우는 첫해 36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5.14를 올리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6년 5월 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어깨 통증을 느꼈고, 긴 재활에 돌입했다.

어깨 통증에서 벗어난 뒤에는 손가락 혈행장애를 앓았다.

올해 6월부터 3군 경기 등에서 마운드에 선 김민우는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10⅔이닝(10피안타 5실점 4자책, 평균자책점 3.38)을 던지며 재활에 속도를 냈다.

시속 140㎞대 직구 구속을 회복한 그는 정규시즌 말미에 1군 복귀에 성공했다.

두 차례 등판 결과는 판이했다.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 4-4로 맞선 7회 초 등판해 1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등판만으로도 의미가 컸지만, 결과는 더 좋았다. 이날 김민우는 최고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던졌다.

김민우의 화려한 복귀에 한화 팬들은 환호했다. 한화 더그아웃에서는 감격에 찬 박수가 나왔다.

하지만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는 ⅓이닝 4피안타 4실점으로 부진했다. SNS에 한 팬이 냉정한 비판 글을 올린 것도 이 경기 뒤다.

김민우는 "열심히 훈련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실 김민우는 복귀만으로 한화에 희망을 안겼다.

긴 재활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젊은 선수가 참 많았다. 김민우는 그 혹독한 시기를 잘 견뎠다.

그는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 특히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잘 참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요식업을 하는 김민우의 아버지 김재수(48) 씨는 김민우가 복귀전을 치른 15일 밤늦게 "아들, 오늘 아들 덕에 행복하게 잠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16일 오전 잠에서 깨 아버지의 문자메시지를 확인한 김민우는 벅찬 가슴을 꾹 누르고 "고맙습니다, 아버지"라고 답했다.

이심전심. 무뚝뚝한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긴 대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김민우는 "신인 때 처음 1군 경기에 나섰을 때는 설레는 기분만 있었다. 그런데 재활을 잘 마치고 돌아와 던진 어제는 정말 많은 감정이 오갔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며 "재활을 도와주신 많은 분이 '500일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라고 느끼시도록 열심히 던지겠다"고 했다.

김민우는 올 시즌이 끝나기 전, 한 차례 선발 등판할 계획이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2018시즌을 준비한다.

김민우는 "이제 아프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한화 팬들이 500일 동안 간절하게 기다린 말이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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